나의 이야기 (46) 나를 뭘로 보고 2014년 2월 18일 서울
한국에 도착한 지도 벌써 사흘째이다. 오늘은 어제 C국에서 사역하다 잠시 귀국해서 정목사 댁에서 묵고 있는 T선교사와 함께 남대문 시장에 있는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춘 후 김길 목사님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 8시 40분에 명학 역에서 선교사님을 만나 1호선을 타고 금정으로 가서 거기서 4호선으로 갈아 타고 회현역에서 내려서 삼호안경을 찾는데 출구를 반대편으로 나온 모양이다. 한참 걸어가는데도 남대문시장이 나오지 않고 남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듯해서 경찰에게 물으니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바로 나온다고 한다. 사실 회현동 일대는 과거 내가 삼성에 근무할 때에 자주 다니던 곳인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완전 좌우를 분변 못하는 촌놈이 되어 버렸다.
안경을 맞힌 후 다시 4호선을 타고 가다가 사당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까마득하게 잊고 T선교사와 전철에서 노닥거리다가 보니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 잠실역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 옆에 계신 할머니에게 물으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U 턴해서 가다가 2호선 나오는 곳에서 내려서 가야 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약속시간에 늦을 듯하여 김길 목사님께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2호선을 타고 잠실로 가서 8호선으로 갈아타고 몽촌토성역에서 내려 함께 점심을 나누고 나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또 황당한 체험을 했다. T선교사와 함께 2호선을 타고 사당 쪽으로 가고 있는데 내 나이 또래된 남자가 내게 왠 쪽지를 하나 툭 던지고 갔다. 그래 무언가 해서 펼쳤더니 “아드레닌, 발기불능자에게 희소식, 비아그라보다 효과가 좋은 특효약”이라고 쓰여진 선전쪽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탄 열차 안에 이 쪽지를 받은 사람은 네 사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영감이 날 어떻게 보고”라는 생각이 속으로 치미는데 옆에 있던 T선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그거 잘 보관했다가 연락해 보세요.”
누구 열받게 하려 작정했나보다. 이래 저래 이젠 노인 대접을 받는 외모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