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26
나의 이야기 (47) 망고 이야기 하나 -2014 Guam
요사이 내 취미 중 하나는 망고 줍는 일이다. 교회에서 매일 새벽기도를 끝내면 무엇보다 먼저 교회 뒷마당에 있는 망고 나무 밑으로 간다. 교회 망고 나무는 한 아름은 되는 큰 나무인데 망고가 경상도 말로 억수로 많이 열렸다. 지난 5월 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망고를 새벽기도 후 줏은 후, 근처에 있는 알루팡 비치로 가서 물 속을 200미터 내지 300 미터 걸어 갔다가 돌아 오는 것이 내 하루 일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많이 떨어진 날은 이삼십 개씩 보이기도 하고 적게 떨어진 날도 열 개는 족히 보인다. 그 가운데 상태가 괜찮은 놈으로 골라서 집에 돌아 온다. 줏어온 망고를 칼로 저며서 아침식사를 시작하는데 보통 5개 정도를 먹으면 제법 배가 부르고 기분이 눌눌하다. 슈퍼에 가면 파운드 당 3불이 넘는 망고를 매일 공짜로 줏어 와서 배부르게 먹으니 이게 어디인가?
그런데 교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진짜 망고는 괌 남쪽으로 가야 한단다. 그리 가면 망고 나무가 집집마다 있고 땅바닥에 망고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서 한번 가면 큰 자루로 여러 자루 담아 와 잘라서 냉동해 놓았다가 한 해 내내 먹을 수 있다니 이것이 왠 떡인가? 들어보니 설익은 놈은 잘라서 김치도 담아 먹고 장아찌도 담아 먹으니 이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래 어디로 가야 하느냐 물으니 남쪽으로 마냥 가서 아무 마을이나 들어가면 길거리에 망고나무들이 깔려 있단다. 바깥에 주울 것이 마땅찮으면 안으로 들어가서 집 주인에게 허가 받고 마당에서 줏어 오면 된다니 “헉 그런 공짜가” 눈이 확 뜨인다. 그래 열흘 전에는 아내와 함께 무작정 차를 몰고 남쪽으로 달렸다. 1번 도로는 남북으로 달리는 괌의 주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라고 해 봤자 최고속도가 35마일로 제한되었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고속이다. 1번 도로는 북단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남단에 있는 니미츠 해군기지를 잇는 도로이다. 남단에 있는 해군기지 입구에서 차를 왼쪽으로 돌려 달려 가는데 들은 바와는 달리 내 망고 나무들이 다 어디로 도망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남단에 있는 해변공원을 찾아 들어가서 거기서 쉬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망고 주울 데가 어디냐고 물으니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차를 달리다가 보니 산타 마리아란 동네 팻말이 보여서 그리로 좌회전해서 달려가니 드디어 길가에 망고 나무가 있었다. 차를 세우고 줍는데 자루가 부족할 정도로 많았다. 신나게 큰 자루로 네 자루를 담아왔는데 문제는 집에 와서 일어났다. 칼로 잘라서 먹으려 하니 하나같이 맛이 간 망고라 죽으라고 고생만 하고 대부분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듣던 바와 너무 다른 현실에 갑자기 밀려오는 상실감과 슬픔을 이기기 힘들었다. 그러나 원래 앞으로 넘어져도 돌이라도 줏어오는 나인지라, 슬픔을 머금고 줏어온 망고의 상태를 분석하여 망고학을 정립했다.
먼저 줏어서는 안 되는 망고는 아래 네 종류이다. 첫째, 떨어진 지 하루 이상 된 망고로서, 그 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거죽에 검은 반점이 많은 망고이다. 셋째, 일부라도 상한 부분이 있는 망고로서 겉보기에는 작은 일부 같아도 잘라 보면 크게 번져 있다. 넷째, 상처도 없고 반점도 없으나 물렁거리는 망고이다.
반면에 줏어와야 할 맛있는 망고는 아래 세 종류이다. 첫째, 겉보기에도 싱싱해 보이는 망고이다. 둘째, 만져 봐서 단단한 망고로서 겉보기에는 단단해도 칼로 저며 보면 잘 익은 것들이다. 셋째, 흠없고 점없는 망고이다.
어제는 메모리알 데이 (미국의 현충일)라 모든 관공서나 은행 등이 휴업이었다. 지난 번에도 두 번이나 우리를 괌에서 볼 만한 곳으로 데려 가서 온갖 고생을 시킨 장본인인 변목사님이 이번에는 쉬운 곳이라면서 데려 가신 곳이 마젤란이 1521년 3월 6일 처음으로 상륙함으로 남태평양 군도의 역사가 바뀐 유마탁이었다. 마젤란이 상륙했다는 지점에 차를 댄 후 화산암으로 깔린 해변을 걸어서 간단한 소풍을 다닌 후 근처에 있는 망고 나무 밑에서 망고를 줍기 시작했다. 망고를 주우면서 차를 움직이다 보니 망고 나무가 네 그루가 있고 마당에는 망고가 수북하게 쌓인 집이 보였다. 어디 가나 리더십을 발휘하시는 변목사께서 “가서 주인에게 허가를 맡고 올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이 곳 현지인들은 참 인심이 좋다. 흔쾌히 허가할 뿐 아니라, 할머니는 실한 놈으로 줏어서 주시기까지 했다. 우리는 지난 번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 있는지라 아무 놈이나 줍지 않고, 흠없고 점없어 보기 좋은 놈, 손으로 만져서 단단한 놈으로 골라서 비닐백으로 세 자루를 주웠다. 집에 가지고 와서 잘라 먹으니 아니나 다를까, 꿀처럼 달고 싱싱했다. 저녁식사는 망고와 닭고기를 넣어 만든 샌드윗치로 하니 "야 이거 정말 맛있는거"한 말이 절로 나왔다. 이젠 망고 샌드위치가 우리 식탁 메뉴에 추가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고생하는 손은 아내의 손이다. 어제 오후부터 내내 잘라서 냉동에 넣었는데도 아직 자르지 않은 망고가 부엌에 수북하다. 망고를 보는 내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나도 아직 속물이다. 속물이래도 좋은 것은 좋은 거다. 언제 또 가야지 다짐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