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좋아했던 꽃은 오랑캐꽃이었습니다. 요새 인터넷에 나오는 오랑캐꽃과는 다른 꽃인데, 보통 척박한 길가에 많이 핍니다. 이파리가 앙증맞게 작고 볼품이 없어요. 그러나, 그 강인함은 어떤 꽃도 비교할 수 없어요. 그위로 트럭이 지나가도 금방 고개를 쳐들고 피어요. 태어나서 일곱살때까지 제가 살았던 소꾸모티 동네는 정말 외진 극빈자들의 동네였고, 거기서 저는 삼촌들과 형님 밑에서 구겨진 헝겁처럼 억눌린 삶을 영위할 때였어요. 그래, 오랑캐꽃을 볼 때마다 저는 다짐했습니다. "나는 저 오랑캐꽃같은 삶을 살리라.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잡초의 강인함을 내 몸에 심으리라." 피난 와서 남의 집 건넌방에서 태어날 때부터 엄마 젖 한 방울 먹지 못하고 자란 탓에 항상 몸이 부실하고 위장에 문제가 있었지요. 학교를 간 것도 옆집 애들 따라 혼자 다녔고, 남들 다 가진 교과서도 없이 옆집 아이와 함께 공부했구요. 연필도 하나 없어 형이 쓰다 버린 몽당연필을 대나무에 끼워서 사용했구요.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그러나,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지금까지 왔어요. 그 세월이 벌써 70여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