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어날 때부터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 참 부실하게 자랐어요. 특히 어쩌다가 음식을 보면 환장한 듯 퍼먹곤 해서 걸핏하면 체해서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위가 약해요.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대학 2학년 때에는 위가 어떤 음식도 받지 않아 다 토하곤 했지요. 그래 도저히 방법이 없어 휴학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별 짓을 다했습니다. 계속 악화일로라 나중에는 물도 넘어가지 않아서 저는 어떻게 이 지겨운 삶을 끝낼지 방법을 모색하곤 하다가 폭우 속에 금오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끝을 내려 했어요. 그런데 산꼭대기에서 생각하니 내가 가고나면 엄마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래, 죽는 것은 단념하고 그때까지 어떡하든 위를 치료하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했어요. 닭똥도 먹어보고, 나중에는 옻나무를 큰 가마솥에 고아서 그 역한 옻탕을 마셔야 했지요. 그후 위가 조금씩 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몸에 이롭다는 것은 다 줏어먹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자라입니다. 동네사람들에게 자라 잡아오면 산다고 하니까 다들 감천내에 가서 잡아오더군요. 그래 자라 목을 댕강 잘라서 그 피를 받아먹었습니다. 참 잔인하긴 했지만, 그때에는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때였으니까 이해를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