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6
어제 경기도 동백에 있는 조목사님 댁 방문후 밤늦게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 참 추한 군상을 목격했네요. 전철을 탈 때에 저는 항상 노약자 석으로 가는데, 그 이유는 자리가 없을 때에는 젊은 애들 앞에 서 있으면 애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민폐 중 민폐라 서 있더라도 노인네들 쪽에 서 있으면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리고 보통은 노약자석 자리가 쉬 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서 몸이 덜 고생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밤이 늦어서 그러한지 승객들이 대다수가 술에 취한 젊은 층들이더군요. 근데 왠 청년이 만취가 되어 비틀거리면서 제 앞 노약자석에 떡 앉더니 스마트폰으로 왠 음악을 차 안이 떠나가도록 틀어놓고 헤롱거리고 있는 거에요. 짜식이 괘씸해서 말은 않지만 곱지 않은 눈으로 흘기고 있노라니까 지도 찔리는 게 있는지 한참 있다 일어나서 출입구 쪽으로 가더라구요. 짜식 하는 꼴이 볼성 사나우니까 사람들이 무슨 오물을 보듯 다 피하는 모양을 보며 참 옛날 같음 귀싸대기를 불이 나도록 양쪽으로 올려 붙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물론 마음만! 행동으로 옮겼다가 부러지는 건 제 뼉따귀가 될테니까요. 아, 그래도 마음은 내 마음이니까 귀싸대기도 때리고 쪼인트도 까고 좌우간 옛날 하고 싶던 걸 다할 수 있는 게 내 맘 아니갔습네까?
이 술 취한 싹아지없는 청년이 내리고 나니 큰 역이라 그러한지 갑자기 승객이 물밀 듯이 들어와 차안이 복작거리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만취한 중노인 하나가 제 건너편 노약자석 앞에 서서 가는데 아 이 자가 하는 짓이 가관이었어요. 동행한 두 만취자들에게 인상을 팍 그리며 한다는 말이, "아 요새 젊은 놈들은 참 못 되 먹었어. 지 애비같은 사람이 앞에 서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않아. 참 세상 더러워." 아, 그 입에서 말 같잖은 x소리를 크게 내뱉는데, 참 더럽고 추하게 나이 먹은 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제가 보니 거기 앉아 있는 사람 가운데 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다들 지 못지 않게 나이 든 사람들이 앉을 자리에 앉았는데, 고 따위 x소리를 면전에서 가래침 뱉듯이 뱉어대는거에요. 그래, 그렇게 뱉어대는 얼굴을 보니 못된 성질이 얼굴에 도배가 되어 있어요. 그 인생이 얼마나 꼬였을지 쉬 짐작이 가는 관상이더군요. 밤늦게 세 시간 가까이 열차를 타다 보니 참 별 꼴을 다 보았어요. 노약자석을 애호하다 보니 부딪치는 사건들, 이게 남일이 아니거든요. 우리 곱게 늙어갑시다.
6년만에 방문한 고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