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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40) 꽃을 받는 마음 - 2003년 5월 29일 박사학위식
오늘 아침 혼자 준비한 식사를 하면서 식탁 위 화병에 꽃힌 꽃송이를 보노라니 여러가지 상념이 마음 속에 밀려 들었다. 꽃송이가 이제 활짝 피어서 아름답기도 하였지만 꽃에 담긴 성도들의 사랑이 아름다와서 더욱 그러한 것이다. 이 꽃송이는 필자가 지난 5월 29일 이순이 넘은 나이에 웨스트민스터 신대원에서 박사학위를 받던 날 우리 성도들이 먼 길을 달려와서 졸업을 축하하며 건네준 것이다. “졸업식마다 꽃송이를 주고 받는 것은 흔한 일인데 무어 그리 야단인가”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이렇게 졸업식에서 꽃을 받는 것이 대단하고 희귀한 일이었다. 필자는 국민학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혼자서 입학했고 혼자서 졸업했다. 입학과 졸업 뿐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한번도 가족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필자를 미워해서 그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학교는 혼자 가서 혼자 오는 것인줄 알고 사신 옛날 시골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등상을 받을 때도 아무도 박수쳐 주고 환호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졸업을 했던 경험은 결코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이 부모님과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밀려 드는 아련한 외로움과 슬픔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졸업식에는 부모님은 이미 가셨지만 누님과 형님네 가족이라도 와서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었으나 미 영사관의 비자발급 지연으로 이도 불발로 끝났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러한 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계셨다. 인생의 최종 졸업식인 박사학위 수여식에 필자가 예상치도 않았던 성도들을 보내 주셔서 지나간 세월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 주셨던 것이다. 사실 나는 뉴욕선교교회의 담임도 아니고, 교인목사였을 뿐이었기에 나는 이 분들이 이렇게 3시간 이상 운전해서 오실 줄 몰랐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깨달은 사실이 있다. 성도 간의 사랑과 교제는 교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하나님이 교회와 성도에게 허락하신 큰 축복이다. 사랑을 주고 받는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인생을 윤택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비결이다. 모든 하나님의 성도에게 권면하고 싶다. 사랑하십시요. 사랑의 표식을 보이십시요. 한 송이의 꽃이 천만금보다 귀할 수가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구절중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란 구절이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보다 먼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