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익어갈 즈음이면
키 큰 나무 끝에 와 머무는 바람
비단 옷자락 스치는 소리 하늘을 쓸면
시퍼런 물 쏟아져 내려
핏빛, 황금빛 바야흐로 가을은 짙은 찻잎을 우리어 그윽한 향기로 취해간다.
귓부리까지 바알갛게 달아오른 이파리들
손흔들어 맞이 하는 골목어구
가을 속을 걸으면 영락없이 그 분 손을 잡고 가는 아이가 된다.
바람이 많은 날 이리저리 날아 내리는 낙엽 편지
발끝에 툭툭 차이도록 넉넉한 이 것은
한잎 한잎 하늘의 언어가 담기어 있으리
가장 값진 것을 낭비하는 것이 하늘의 비밀이듯이
한 모금의 가을은 삶의 언저리에 소리없이 찾아 와서는 기척도 없이 떠나려는가
차의 향기와도 같은 이 계절
가을은 오지 말 일이다
일단 온 가을은 떠나지는 더욱 말 일이다. 유명자 11.8.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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