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광야같은 외로움도 괜찮습니다.
따라가며 소리쳐도 응답없는 막막함도 괜찮습니다.
마른 땅같은 마음에
깊이 파이는 골
행여 이 골을 따라 소리없는 기도가 향연되어 오르는 것은 아닐까
가만히 하늘을 우러르면
굴속같은 마음 안에 쏟아져 오는 빛줄기
더 깊이 더 낮게 뿌리내리는 깨달음
비로소 무언가 담을 만 하시다면
가장 메마른 마음바닥
하늘 강수 임하소서
파인 골마다 강되어
다시는 목마르거나 허기지는 법이 없이 하소서
배고픈 마음을 온 몸에 실어 전하고 싶어
백만 마디 외침보다
더 무거운 침묵으로 그 분께 말하고 싶어
말로만 들어오던 그 분을
마음으로 보고싶어
흘러떠내려 가던 시간을 역류하며
나를 비우고 있습니다.
2003년 8월 2일 포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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