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7
나의 이야기 (13) 밍게와 강수네 이야기 – 소꾸모티 1958년 사건
지난 번 얘기한 대로 소꾸모티 우리 집 왼쪽에는 말구루마 끌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밍게네 집이 있었고, 뒷쪽에는 내 동무 강수네가 있었다. 오늘은 밍게와 강수네에 얽힌 요절복통할 사건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 밍게는 나보다 7살 연상인 울 형 또래이니까 그 때 아마 13살 쯤 되었을 것이다. 근데 이 형이 공부는 못해도 장난 IQ는 엄청 높았다. 그래 많은 이들에게 공해였는데 이웃 강수 아부지한테도 황당한 장난을 쳤다. 좀 냄새가 나는 이야기이지만 코를 막고 보시기 바란다. 내가 이 이야기를 밥상에서 하다가 밖에 나가서 다 토했던 사모도 한 분 있고, 아내도 질색을 하는 이야기이니까, 이 이야기는 밥상을 앞에 두고는 읽지 마시라.
그 때가 아마 내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때였던 것 같다. 그 해 여름은 유별나게 더웠다. 어느 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밍게네 집에서 누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들이 조그만한 게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이웃에서 뭔 일이 있는지 가 보지 않아도 대충 알 정도여서 그게 강수 아부지 고함 소리임을 알았다. 그래 "뭔 일인고" 했더니, 밍게네가 대청마루에서 꽁보리밥 상추쌈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강수 아부지가 똥박아지에 똥을 가득 퍼 가지고 와서 밥상에다 퍼부으신 것이다. 내 세상에 밥상에 똥을 퍼붓는 만행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것 같다. 아마 판문점 도끼사건 못지 않은 사건일 것이다. 나중에 김두환 의원이 강수 아부지를 본 받아서 국회 본회의에서 정일권 당시 국무총리와 각료들에게 똥물을 끼얹음으로 한국인의 기상천외한 두뇌와 실천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이 점에서 강수 아부지는 선구자이셨다. 강수 아부지는 그 때 이미 호호할배로 젊은 강수 엄마를 데리고 사셨고 전처소생인 강수 누나는 곱추여서 동네 아이들이 이 할배를 좀 우습게 보았다. 그래 대뜸 드는 생각이 “아니 이 할배가 갑자기 노망이 들었나” 했다. 그러다가 할배의 고함소리를 듣다 보니 왜 그러셨는지 사연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계를 잠시 꺼꾸로 돌리자. 그날따라 할배가 좁은 툇마루에서 더위를 식히고 계신데, 이웃집 밍게가 작은 바가지에 볶은 콩을 담아 들고 와서 드렸다.
“어르신, 출출하신데 이거라도 드시지요.”
그래 할배가 얼매나 기특하게 생각하셨겠는가? 먹을 것이 귀해 지들 먹을 콩도 없었을텐데 그걸 한 바가지나 볶아서 이웃어른을 섬긴다고 생각하셨다.
“뭘 이런 걸 다, 고맙다. 잘 먹을게.” 말씀하시곤 옆에 두셨다.
밍게가 보는 앞에서 그냥 드시기엔 체면이 서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래, 밍게가 가고 나서 한 숟가락 푹 뜨서 입으로 가져 가시려는데 숟가락에 볶은 콩만 담긴 게 아니라 뭔가 시퍼런 국물이 함께 담긴게 아닌가? 무심결에 드시려다가 어째 거기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 밍게 이 나쁜 놈이 바가지에 똥을 담고 그 위에 볶은 콩을 살짝 덮어서 가져 왔던 것이다. 그래, 할배가 기함을 하시고 숫가락을 팽개치시는데 속에서 천불이 치밀기 시작하셨다. 화가 머리꼭지까지 오르셔서 눈에 뵈는게 없게 되신 것이다.
“그래 이 괘씸한 놈, 너도 한번 당해 봐라.”
마침 냇가 변소가 바로 집 마당에 있었던지라, 변소에 가서 똥박아지에 그걸 가득 퍼서 밍게네 밥상에다 퍼부으셨던 것이다. 사실 그 변소는 변소가 없던 집에 살던 내가 낮시간에 애용하던 변소라, 어쩜 거기에 내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참 이웃 노인네를 우습게 보아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래 밍게하면 떠오르는 게 그 사건 밖에 없다. 또한 누가 콩을 볶아서 가져오면 그 때 그 일이 생각 나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확인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건으로 기억될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