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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1훕스굴 가는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햇살이 너무 따가와 눈을 뜨니 아침 7시였다. 임 선교사 먼저 산보하러 나간 후에 나도 산보를 나가니 시내가 제법 잘 정돈된 것이 생활여건이 잘 되어 있는 도시 같았다. 호텔 바로 뒷 건물이 외국인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였고 곳곳에 외국인들을 위한 영업소들이 보였다. 아침운동을 하면서 40분 정도 걸으니 시내 끝이다.  이 곳 사람들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천막에 거주하지 않고 목조가옥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마도 부족이 다른가 보다. 무룬은 근처에 위치한 훕스굴 호수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편이 있는 곳이다. 그만큼 국제화가 된 곳이라는 말도 되겠다. 임 선교사가 아침 산책길에 만난 청년의 말에 의하면 무룬은 인구가 약 4만 명으로 계속 발전하는 도시이며 1 5천명 정도가 불교신자이며 개신교회가 다섯 개에 몰몬과 안식교회가 있다 한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으나 한국에 다녀 온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았다. 아파트가 11채 정도 있으며 이르디닛과는 달리 난방은 시에서 중앙공급하지 않고 각 건물마다 직접 공급하고 있었다. 이 곳에 건물을 구할 때에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겨울난방에 애로가 있으면 사역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나눈 후 임 선교사와 함께 케이블 회사를 방문했다. 무룬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교회용과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알아보려고 케이블 광고내역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회사라는 곳이 건물 지하에 있었는데 꼭 시골 사진관처럼 생겼다. 이 곳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한가 보다. 대략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시내를 걷다 보니 전통복장으로 장식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보니 무룬 문화센터였다. 센터 뒤쪽으로 가니 나담 축제를 위해 큰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11시에 축제가 시작한다 해서 잠시 슈퍼마켓에 들러서 오늘 여행 중 먹을 것들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서 첵아웃을 하고 차에 짐부터 싣고 나서 함께 나담 축제장으로 차를 몰고 갔다. 나담축제는 3가지 주요경기로 이루어진다. “부흐라고 부르는 몽골식 씨름경기와 말경주와 활쏘기 경기이다. 과연 이 가운데 몇 가지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를 가지고 축제장에 갔다.

축제장에 들어가니 입장료도 걷지 않았다. 관중석을 보니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관중석 정면 한 가운데에는 말총으로 만든 사람투구모양을 창에 꽂은 것들이 대여섯개 꽃힌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모든 행사를 하기 전에 이 곳에 손을 대고 한 바퀴 도는 모습이 눈에 뜨였다. 과거 전쟁 중 죽인 적장들의 머리를 창대에 꽃아 놓고 용사들끼리 힘겨루기를 했던 풍습에서 온 것이라 하는데 보기에 섬찟했다. 관중석에 자리잡고 축제시작을 기다리고 있으니 관중석 정면에 전통적인 복장을 한 남녀 소리꾼이 함께 전통가요를 부르는데 그 구성진 가락이 우리 전통가곡과 비슷했다.

잠시 기다리노라니 첫 순서가 시작되었는데 아연하게도 태권도 시범이었다. 이 곳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거주하지 않는데도 몽골아이들의 태권도 시범으로 전통축제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마도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운 몽골인 사범이 이 곳에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몽골인들이 한국을 얼마나 모델로 삼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태권도 시범이 끝나니 신랑신부 전통복색을 한 30여명의 남녀가 행진하고 춤추는 모습을 선보였고 그 직후에 몽골 씨름인부흐를 시작했다. 부흐란 경기는 한국씨름보다는 일본 스모에 가까운 경기로서 몽골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경기이다. 대도시마다 부흐 경기장이 따로 있어서 그 날의 승자는 영웅대우를 받는다. 현재 일본 스모의 챔피언도 몽골에서 건너간 사람이라 한다. 부흐 경기를 더 보려다가 너무 시간만 끌기에 자리를 떠나 케이블 회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부동산들을 둘러 보았다.

건물을 소개한 중개인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주로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차압 당하는 건물들을 소개해 주었다. 은행대출금리가 60 퍼센트인 몽골이라 차압 당하는 건물도 많은 것이다.  첫번째 건물은 시내중심가의 가게로 아래층은 작은 사무실 여덟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2층은 큰 옷 가게로 트여 있어서 교회로 사용하기가 용이한 장소였다. 그러나 임 선교사가 생각하는 건물은 우선 게스트 하우스로도 사용 가능한 다용도의 건물인데 이 건물은 가격이 8만 불로 비교적 고가일 뿐 아니라 건물 자체도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두번째 건물은 현재 식당으로 사용되는 건물의 1층으로 가격도 2 7천불로 저렴하고 공간도 제법 넓은 것이 먼저 본 건물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물론 당장에 건물을 구입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미리 알아보고 연락선을 확보한 것만 해도 큰 소득이다. 3, 4개월 후에 임 선교사가 이 곳에 다시 와서 더 상세하게 건물확보에 대해 조사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물을 살펴보고 슈퍼에 들러 물과 빵을 더 산 후 훕스굴로 떠나려다가 말경주가 지나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우리도 그 곳에 가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한 떼의 무리가 경주를 하며 지나갔다. 말경주의 기수들은 5살에서 12살의 아이들이다. 타고 나면서부터 말을 탄 아이들이라 승마술이 대단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것은 본 경기가 아니고 예비 경기라고 했다. 본 경기까지 보려다 시간이 벌써 오후 3시라 포기하고 훕스굴로 향했다.

훕스굴은 무룬에서 약 100 킬로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훕스라는 몽골어는 호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훕스굴 사람들은 훕스라는 표현을 싫어하여 바다라는 뜻인발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마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갈릴리 호수를 갈릴리 바다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리라. 훕스굴 호수는 세계 담수량의  1퍼센트를 보유한 몽골 최대의 호수로서 세계에서 가장 수질이 맑은 호수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길이 100 킬로이고 넓이가 20에서 30 킬로에 깊이가  200내지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담수호이다. 울란바타르에서 600 킬로 거리에 있어 비행기 편으로 관광객들이 무룬으로 와서 차를 빌려서 훕스굴로 와서 휴가를 보내는 곳이다. 겨울에는 얼음두께가 80 미터 정도로 두꺼워서 트럭이 지나가도 끄덕 없다고 한다. 리라의 말을 듣고 빠진 차는 없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호수 밑에 차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겁 없이 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수중고혼이 된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가는 길이 험하여 아직 관광자원개발이 부진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염되지 않고 천연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더 값어치가 있는 곳이다.

무룬을 떠나 1시간여를 달리다가 배도 고프고 해서 길에서 잠시 벗어나 근처의 게르를 방문했다.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서 내리지는 않고 기다리고 있으니 천막에서 40대의 남자가 나왔다. 리라가 잠깐 들러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기꺼이 들어오라고 했다. 지난 번 애이락을 샀던 천막에 비해 안이 훨씬 지저분하긴 했으나 대체로 구조는 비슷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노인 부부가 우리를 맞았다. 연세가 칠십인 할아버지도 아직도 정정하셨고 연세가 60대 후반이신 할머니도 정정하셨다. 입구 정면에는 간단한 제단이 있고 할아버지의 젊을 때 사진과 가족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이 할아버지 생김새는 아프가니스탄 인들과 비슷하게 생기셨는데 특히 젊을 때 모습은 양복으로 정장한 멋쟁이 모습이었다.

나중에 보니 무슨 음식을 준비하든지 이 제단에 바친 후 일부를 천막 밖에 일부를 버린 후 손님에게 대접을 했다. 꼭 한국에서 액뗌 굿할 때에 바가지에 물을 떠서 문밖으로 버리고 칼을 던지는 것과 흡사했다. 나중에 현지인에게 물어 보니 게르 안에 있는 제단은 조상신을 모신 곳이고 차의 첫물을 게르 바깥쪽 입구 위쪽으로 뿌리는 의식은탱게르” (하늘)에게 바치는 의식이라고 한다. 탱게르는 창조주이며 만물을 주장하시는 기독교의 하나님의 개념과 비슷하다. 한국인들이 고대부터 숭배했던 천신의 개념과 비슷하다 하겠다. 내가 보기에 성경의 하나님을 번역하는데 가장 적합한 용어가 탱게르인 것 같은데 몽골 성경은 탱게르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큰 지도자란 뜻의보르한을 사용한다.  

돌덩어리처럼 굳은 치즈 위에 빵 조각 몇 개가 담긴 접시 하나와 버터 비슷한오롬이 담긴 접시와 염소 내장조각들을 담은 통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치즈처럼 생긴 것은 발효된 젖을 말린 것으로아롤이라고 불리는데 어찌나 딱딱한지 씹느라고 고생을 했다. 일단 이렇게 말린 아롤은 아무리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가 않기 때문에 몽골인들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먹는다. 오롬은 소젖이나 말젖을 끓일 때에 위에 엉긴 것을 식힌 것인데 그 성분이 버터처럼 기름기가 많은 크림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이 많기는 하지만 영양은 아주 풍부하여 몽골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할아버지께서 권하시는 대로 자리에 앉아서 보니 음식 위로 파리가 날라 다니는 것이 썩 식욕이 동하지는 않았으나 눈을 질끈 감고 빵에 오롬을 찍어서 입에 넣으니 먹을 만했다. 생전 처음 보았음에도 애이락을 즐겨 마시는 내 모습을 본 데다 이렇게 오롬과 아롤까지 먹는 것을 보고 동행했던 리라나 노인부부 모두 기꺼워했다.  

할머니께서 난로에 불을 집히고 철 냄비를 올리고 몽골식 차를 끓여서 부어주셔서 한 잔씩 우선 마시니 또 한 잔을 권하셨다. 주시는 대로 잘 받아 먹으니 이 분들 기분이 좋으셔서 나중에는 염소 내장도 먹게 하시고 가장 아끼는 보드카까지 잔에 부어 주셨다. 보드카는 가장 귀한 손님에게만 내 놓는다니 거절할 수는 없고 도저히 먹을 수도 없어 주저하고 있으니까 임집사가 요령을 알려주었다. 오른 쪽 약지를 잔에 살짝 담갔다가 공중에 튕기면 잘 먹었다는 표시이나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고시래 풍습과 비슷한 것인데 사실 이 의식은 탱게르에게 바치는 종교적 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몽골인인 리라와 유니스는 그 동안 주식인 고기를 먹지 못하다가 염소 내장을 보니 식욕이 동해서 마음껏 식사를 했고 내게도 권해서 먹다 보니 과식을 한 듯했다. 일행 여섯 명이 배부르게 먹고 5천 뚜구루 (미화 5)를 답례로 드리니 이 분들 기껍게 받으셨다. 임 선교사는 이번에도 선교사의 본능을 발휘해서 이 분들에게 머드랑 비누 셋을 선물하고 나중에 천막에 들어온 4, 5세 정도된 손자, 손녀에게도 캔디를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또 이 분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으니 그 때 복음을 전하려면 이 분들의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훕스굴로 다시 출발하기 위해 천막에서 나오니 노인네들 두 분이 헤어지기가 섭섭하신가 보다. 워낙 외따로 떨어진데다 요사이는 나담 축제 기간이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외로우셨는데 우리가 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하셨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니 할아버지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신다. 일행 중 유일하게 흰 수염이 있으니 친구 삼고 싶으셨던가 보다.

오후 4시경에 이 분들과 헤어져 훕스굴로 가는 길을 재촉하여 1시간여를 달리니 작은 호수가 보였다. 리라에게 물었더니 이 작은 호수는 훕스굴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 했다. 염도가 높아 주위에 하얗게 소금이 말라 있었다. 소금에 다른 광물질 성분이 많아 사람은 먹을 수 없으나 짐승들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사해주위가 소금기가 많아 식물이 없듯이 이 호수의 주위도 토양이 척박하고 온통 험한 자갈밭이 길게 깔려 있었다. 지질학자인 리라의 말에 의하면 이 근처에는 다양한 광물자원이 많다고 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에는 포스페이트  () 성분이 많아 경제가치가 높지만 이를 채취하고 나면 그 일대의 균형이 깨어져서 자연을 훼손하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고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온 산이 자수정으로 덮여있어 과거 일본정부에서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채굴권을 가져가려 했으나 몽골정부에서 거부했다 한다. 왜냐면 이 자수정 성분이 이 일대의 물의 불순물을 여과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몽골의 경제적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물자원 개발이 필수인데 과연 몽골정부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으로 불리는데 아직도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 사실 얼마나 많은 자원이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 일을 감당하리라.

우여곡절 끝에 훕스굴에 도착해서아시하이에코 투어센터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저녁 6 30분이었다. 이 곳에 있는 방들은 전통적인 천막 집인게르를 호텔식으로 개조한 것으로 게르마다 침대가 3개가 있는 곳도 있고 2인용 침대만 있는 곳도 있었다. 구조는 이미 본 게르와 비슷했으나 침대와 시트 등이 청결하여 상쾌하기 그지 없고 나무로 만든 멋진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 의자 정도면 옛날 징기스칸 정도는 되야 사용했을 것이다.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더라니 잘 보니까 꼭 장로교회 강단 뒤에 놓는 의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좌우간 목사 눈에는 그런 것만 보이는가 보다.  세 끼 식사 포함해서 하루 두당 5만 뚜구루 (미화 50)라니 그렇게 싼 것은 아니다. 보통은 3만 뚜구루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가격이 40퍼센트 정도 더 비싼 것이다. 이 곳은 동종의 시설 중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새로운 시설이어서 다른 곳보다 가격이 훨씬 센 모양이었다. 10개의 게르 중 세 곳을 배정받아 짐을 푸니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리라와 유니스 부부는 2인용 침대가 있는 1번 게르에, 나와 임 선교사는 2번 게르에, 임집사 모자는 3번 게르에 짐을 풀었다. 이 여행에서 제일 복 받은 분들은 리라와 유니스 부부이다. 그 동안 어려운 살림살이에다 리라의 알콜 남용으로 부부관계까지 경색되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잉꼬부부로 회복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부부가 따로 게르를 배정받아 하룻밤을 보내니 신혼여행을 온 기분일 것이다. 이 곳은 워낙 오기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통 몽골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라 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호반을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했다.

게르에 들어가서 난로에 불을 붙이니 방이 어찌나 훈훈한지 온 몸이 노곤해졌다. 임 선교사가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머드랑 비누를 하나씩 선물하니 어찌나 감사하고 기뻐하는지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선물의 약빨이 당장 저녁식사 메뉴에 나타났다. 호숫가에 환상적인 위치에 있는 식당에 들어 가서 자리에 앉으니 최고급 식당 분위기가 나도록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잠시 후 맛보기 음식이 (에피타이저)가 나왔는데 바로 한국식 김밥이었다. 이 센터는 두 형제가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식당숙수가 바로 동생이라고 했다. 이 사람이 한국인 숙수에게 요리를 배운 적이 있어 한식을 제법 잘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위해 특별히 김밥을 만들어 온 것이다. 메인 코스는 햄버거를 만들어 왔는데 먹어보니 맛이 그만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양고기로 만들었다 하는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반의 자갈길을 걸었다. 어찌나 물이 깨끗하고 맑은지 호수 밑까지 명경처럼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물이 맑은 곳이라더니 정말인가 보다. 호반은 하얀 자갈로 덮여 있고 그 위에 둥치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예술품이었다. 이 정도라면 그토록 오랜 여행을 거쳐 도착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곳이다. 아내가 함께 이 곳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인생에 과연 다시 올 기회가 있을까? 별 생각이 다 든다. 이 곳에 있으니 도시 내가 몽골에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천국이 이러할까? 예상치도 않던 곳에 이렇게 오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다. 그동안 중국에서 사역하느라 심신이 지친 나그네에게 하나님이 생명수를 불어 넣어주셨던 것이다. 나와 임 선교사가 배정된 2호실 게르에 들어가서 잠자리에 드니 저녁 10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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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8년 7월 13일 “훗다군두루에서 이르디닛까지”

  11. 2008년 7월 12일 “훕수굴에서 훗다군두루까지”

  12. 2008년 7월 11일 “훕스굴 가는 길”

  13. 2008년 7월 10일 “무룬으로 가는 길”

  14. 2008년 7월 9일 “이르디닛과 가로잘랑”

  15. 2008년 7월 8일 “이르디닛 가는 길”

  16. 2008년 7월 7일 선교일지 “울란바타르의 하루”

  17. 2008년 7월 6일 일기 “중국에서 몽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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