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이르틴에서의 하루 재충전
어제로 세미나가 끝났기에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휴식하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임선교사네와 함께 향후 몽골선교의 방향과 전략을 협의하다가 오후시간에산보를 할 겸 임선교사와 함께 뒷산으로 올라가서 이르틴 시가지의 모습을 보기로 했다. 아파트 자체가 산 자락에 위치했기에 그냥 뒤로 가기만 하면 산 중턱으로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면서 보니 까마득한 산 위에 큰 마을이 하나 보였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산중턱에 오르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한참 신축 중인 건물들이 보였다. 아마도 고급주택단지인가 본데 큰 크레인이 보이고 건자재와 시멘트를 섞어서 건물로 바로 보내는 설비가 보였다. 거기에다 시멘트 벽돌을 직접 찍는 시설까지 갖추었다. 임선교사 얘기가 이르틴의 건물들은 몽골에서 가장 제대로 건축하는 것이라 한다. 고개를 들어서 보니 저 넘어에도 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회사에서 시공하는 듯 크레인 옆에는 “정화”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몽골의 건축기술이나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워낙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큰 건물은 중국회사가 시공을 맡는다. 저 산 넘어 마을인 빈민촌 딘지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조금 더 가니 공사장 인부들의 장화, 머리보호용 모자 등 온갖 쓰레기가 섞인 더미가 노천에 방치되어 있었다. 몽골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처리이다. 어느 마을이나 도시를 가든 사방에 쓰레기 더미가 관리하는 사람없이 방치되어 있어 미관상 나쁘고 건강상 나쁘다. 그 옆에는 소떼가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데 소떼 가운데 사납게 생긴 개 2마리가 더러운 눈길로 우리를 보며 짖었다. 임선교사가 이를 보더니 “죡스”(멈추라는 뜻의 몽골어)라고 외치며 꼬나보니까 개가 슬며서 꼬리를 내리고 조용해졌다. 개나 사람이나 이 곳에서는 무조건 인상을 그리고 물리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습게 보며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공사장 건너편을 보니 이미 주민들이 사는 고급주택단지가 보인다. 뜰에 나무도 많고 집도 우리 이웃인 잉글우드 클맆스 고급주택 못지 않게 멋지고 크게 생겼다. 단지 전체가 높은 시멘트 담으로 둘러싸인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특권층들만 사는 별세계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눈앞에 이르틴 시내의 전경이 들어오고 저 넘어에 톱으로 짜른 것처럼 헐벗은 산들이 보였다. 지난 35년간 동광을 채굴하느라 깎인 산의 모습이다. 모두가 노천광산이라 산의 거죽을 긁어내고 다이나마이트를 폭발시켜서 광석을 캐서 제련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개발한 산들 말고도 이 일대가 모두 동광산이라 하니 우리 주님 오실 때까지 캐 먹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오양톨고이에 새로 개발한 광산은 이보다도 규모가 크다 하니 이 나라는 자원 복은 터지게 받았다. 순도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우수광산이라 매년 순익이 6억불씩 나는 그야말로 노다지이다. 산 높은 곳에 계단을 수 백개를 올라가야 다다르는 큰 탑이 있다. 모양은 톱니바퀴 하나를 두 손으로 떠받든 모습이다. 동광산에는 이런 모양의 톱니바퀴가 많다. 바로 35년에 러시아 인들이 동광산 개발을 시작하면서 이를 기념하여 만든 탑인데 기계가 신이 된 것 같은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이르틴 사람들의 신은 바로 이 동광산이다. 여기서 나오는 돈이 이르틴을 흥청망청하게 타락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이 탑을 지나 더 산을 오르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어마어마한 불상이다. 시멘트로 만들어 거기에 금을 입힌 부처의 좌상인데 다르항에서 본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듣기에 300만불 이상이 소요된 몽골 최고의 불상이라 했다. 다르항을 제치고 몽골 2대도시로 발돋움한 이르틴의 위상을 알리려 만들었으리라. 불상 밑에까지 가서 예수이름으로 기도한 후 돌아서서 시내 중심가를 돌아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시간이 오후 4시가 되었다.
아무래도 다르항을 들르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임선교사께서 다르항을 거쳐서 중하라로 가자고 제의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 명희 선교사가 다르항에 연락을 취하니 다르항이 난리가 났다. 다르항에는 우리 교단 교회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디오렌 박사가 인도하는 신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인 교회이다. 이 두 교회가 한 건물을 쓰고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원래 몽골법 상 한 건물에 두 교회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매년 교회허가를 갱신해왔는데 다르항 당국에서 차일피일 교회허가갱신을 미루고 있다. 디오렌 박사와 선교사 한 명의 비자는 다음 주인 9월 13일로 만료가 되는데 그 전에 교회허가가 갱신되지 않으면 9월 13일 이전에 출국해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오늘 교회허가갱신을 위해 당국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회의를 하지 않았다. 이 문제 때문에라도 다르항에 들러 대책을 세워야 하기에 일단 내일 다르항으로 갔다가 주일에 중하라 교회로 가기로 했다.
사실 다르항 교회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작년 9월 내가 몽골에 왔을 때에 보았던 몽골교회들의 거대 컨퍼런스였다. 울란바타르에서 가장 큰 극장을 빌려서 몽골의 모든 교회와 선교단체가 함께 주관한 세 과시모임으로 여기서 2020년까지 몽골 모든 솜 (행정구역)마다 3500개의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결의했다. 내가 보기에도 불필요하게 시끄럽게 방송하는 것 같아 “과연 이래도 될까?”라고 임선교사께 물어 보기도 했다. 이 모임을 보고 내 마음 속에 떠올랐던 것은 바로 한국의 인터콥의 행태였다. 과시성 행사가 오히려 복음의 후퇴를 가져온 것이 한두번이던가? 그저 각자의 있는 자리에서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복음을 전하면 되는 것을 허영심에 빠져서 왕왕 나발을 불다가 멀쩡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옴팍 끼치는 모습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이 모임에서 결의한 내용과 모든 서류를 몽골 라마승의 우두머리가 입수해서 몽골 대통령에게 들고 가서 항의한 결과 몽골 정부가 일대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 결정의 골자는 현재의 교회 수를 반으로 줄이고 모든 외국인 선교사들을 추방하는 것이다. 그 결과 금년 5월부터 모든 교회의 허가갱신을 중단하라는 훈령을 모든 지방당국에 내렸다. 교회의 허가가 갱신되지 않아 교회를 근거로 선교사 비자를 받았던 많은 한국인선교사들이 이미 속속 몽골을 떠났다. 이는 꼭 한국선교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실 미국선교사들은 몽골정부의 이 모든 탄압이 한국선교사들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가 이제 호되게 당하게 생겼다. 다르항 교회의 문제도 바로 근본적인 탄압정책의 일환이다. 다르항 당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시장이 대놓고 모든 외국인이 발붙이기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니 우리가 가더라도 양보할 것 같지 않다.
이르틴 센터의 경우 3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주의해야 한다. 내가 이 곳에 있는 동안에도 벌써 두 번이나 조사를 나와서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어제는 내가 성찬식을 집례하던 중에 조사가 나와서 속히 마치고 숙소로 돌아 왔다. 임선교사는 작년에 내가 왔을 때부터 앞으로 몽골선교는 몇 년 남지 않았다고 하며 서둘러 지도자들을 훈련시켜 선교사가 모두 떠나더라도 교회가 든든히 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현재 일어나는 탄압은 몽골교회를 오히려 강하게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선교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덕분에 남은 9일동안 엄청나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내일 다르항까지 차로 가서 CAMA와 두 교회를 방문하고 가능하면 다르항 당국과 교섭을 해야 한다. 그 다음날인 주일에는 중하라 교회까지 먼 길을 달려가 정오에 주일예배를 드린 후 울란바타르까지 달려가서 하룻밤 눈을 부친 후 남고비 쵸이르와 쉬베곱을 방문하여 새로 입교한 교인들의 세례식을 집례하고 그 곳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울란바타르에 올라와야 한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울에서 오는 김용호 전도사를 pick up 하여 오후 4시 열차를 타고 15시간 달려가서 그 다음 날 오전 6시에 내려서 하루 사역한 후 다시 야간열차를 밤새 타고 울란바타르로 돌아왔다가 15일 밤 자정 비행기로 인천으로 돌아간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할 바는 그저 기도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여정에 함께 하셔서 보호해 주시고 가는 곳마다 영혼을 구원하고 표적과 기사를 체험하게 하옵소서. 몽골땅에 주의 복음이 땅끝까지 전해지도록 교회가 굳건히 서게 하옵소서. 우리 교단 선교사들이 출국을 않고 사역에 계속 종사할 수 있도록 교회의 허가를 연장해 주시옵소서. 이도 안되면 다른 대책을 제시해 주시옵소서."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