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교단신조를 위주로 한 사중복음 강의는 끝냈고 거기에 덤으로 성경개관까지 마쳤다. 오늘은 마지막 날로 강해설교를 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날이다. 사실 오늘 토픽만 해도 1주일은 해야 하는데 바쁜 일과 가운데 먼 곳에서 시간을 내서 와야 하는 지도자들의 형편을 감안하여 짧은 기간의 엄청난 양의 교육을 강행해야 하는 것이다. 오전 9시에 모여서 어제까지 배운 것을 가지고 임 선교사께서 간단한 시험을 치르게 했다. 어찌나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는지 보는 내 마음이 뻐근하다. 간단한 시험이 끝난 후 설교학 강의를 하는데 이 분들 이런 강의는 생전 처음 듣는지라 모두가 몰입해서 노트하며 강의에 임하는데 정말 수업태도가 좋다. 나는 대학에서 9년을 풀타임으로 학생을 가르쳤고 신대원에서 9년째 가르치고 있는데 몽골교회 지도자들의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이들 학교 학생들과 비교할 수가 없다.

수업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이 오후 1시가 다 되었다. 무려 3시간을 서서 열강을 한 것이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에게 이번 세미나에 대한 소감문을 작성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비사막을 넘어 남고비의 중국과의 국경지역에 있는 자밍우드에서 온 뭉크 (몽고말로 "영원"이란 단어)가 먼저 발표를 하는데 내가 강의한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은 증거가 간증에 그대로 드러났다. 세상에 나흘 만에 기본신학을 다 다루고 거기에다 신구약개관까지 하고 오늘은 설교학까지 다루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모두 기억하고 정리를 하였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한다. 뭉크는 나이가 51세에 회계사인데 늦게야 전도 받고 교회사역을 담당했음에도 성실 그 자체이다. 원래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성질도 괴팍해서 자기 집 앞에 차가 지나가도 시끄럽다고 난리를 쳐서 온 동네 사람들이 눈치를 보던 자매인데 변해도 너무 변했다. 전도 받고 3개월 만에 성경을 완전히 통독했고 동네 아이들을 집에 불러서 음식을 마련해주고 집에서 성도들이 모여 예배하도록 집을 제공할 정도로 열린 마음을 가졌다. 다르항 시의 외국인 담당 부시장인 오트고가 자밍우드에 갔다가 전도했는데 이 뭉크를 통해서 하나님은 자밍우드 교회를 세우시고 현재 지교회를 5개나 개척하게 하신 것이다. 여러 곳에 교회 개척작업을 하느라 필요한 것이 한둘이 아닐텐데 뭉크는 한번도 아쉬운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교회를 세워나간다 한다.  이런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선교사할 맛이 난다. 9월 18일에 울란바토르에서 18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자밍우드로 가면 또 만나서 동역할 자매이다. 이번 가면 열매가 많을 것이다. 사실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은 통역으로 수고한 틱샤이다. 틱셰는 MBA 까지 보유한 지식인으로 은행장까지 지냈던 인물인데 9년 전에 주님을 영접한 후 이르틴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그 동안 성경연구 서적도 많이 번역해서 영어통역에는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미리 준 영어원고를 열심히 공부해서 숙지한 후 통역을 하다 보니 강의내용을 가장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은혜를 받고 기뻐하는지.... 내가 떠나고 나면 내가 그 동안 강의한 내용을 모두 틱셰를 시켜 번역하게 해서 기초훈련교재를 정식으로 출판하려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몽골지도자 훈련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재를 만들어서 몽골 선교사에 기여하려 한다. 내년에 올 때에는 성경 가운데 한 권을 택해서 (골로새서?), 이를 가르치고, 설교문을 작성하게 하려 한다. 이를 위해 골로새서 주해서부터 한 권 택해서 틱셰를 시켜 번역하게 해서 한국에서 출판하려 한다.

소감발표가 끝난 후 임 선교사의 주재로 성찬식을 함으로 모든 세미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끝난 후 딘지 교회로 가서 양 한 마리를 잡은 것으로 함께 종강 파티를 했다. 딘지 교회는 이르틴에 위치했지만 이르틴 교회까지 걸어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임 선교사께서 김동욱 목사가 시무하시는 뉴저지 만나교회에서 헌금한 4만 불을 들여 교회를 건축한 곳인데 작년에야 완공되었다. 2년 전 김동욱 목사와 김연식 목사가 오셔서 두 분이 직접 전기공사와 목수일을 해서 지은 교회인데 정작 이 곳에 와서 회식을 하며 즐기는 것은 우리가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김동욱 목사 오시는 김에 9월 23일 주일에 그 교회건물에서 헌당예배를 드리려 한다. 지도자들과 종강기념으로 회식을 하는데 보니 교회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조리를 한다. "비탕"이란 알루미늄통 안에 양고기, 당근 (몽골당근은 정말 사근사근하고 달고 맛있다), 감자를 넣고 거기에다 불에 달군 현무암을 넣은 후 불에다 올려 놓으면 속에서는 달군 돌이 기름을 태우고 밖에서 불길이 통을 달구어서 서서히 익힌 후 꺼내서 고기는 고기대로 감자와 당근은 따로 돌은 또 따로 그릇에 담는다. 돌에 양 기름과 국물이 헝근한데 대략 털더니 건강에 좋다면서 돌을 양손에 교대로 놓고 만지라고 한다. 손에 기름도 무치고 더러워 보이지만 선교지에 왔으니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아내와 둘이 돌 하나씩 손에 쥐고 주물럭거리니 뜨겁기는 어찌 뜨겁던지 양손에 공기돌 놀이하듯이 가지고 놀다 보니 그런 대로 만질 만하다. 한 쪽에서는 양 기름만 따로 모아서 모닥불에 굽고 있다. 이 자매들 기름을 새카맣게 태우더니 그걸 맛있다고 먹어댄다. 미국 같으면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릴텐데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그리도 맛있다고 먹어대는지. 겨울이 워낙 길고 추운 곳이니 기름기를 많이 섭취하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돌을 가지고 놀다 보니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성전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니 성전 한 가운데에 상을 펴놓고 그 위에 양고기, 당근, 감자, 김치 등을 늘어놓았는데 숫가락, 젓가락, 포크 아무 것도 없다. 보아 하니 손으로 주워 먹고 뜯어먹으라는 것 같아 뜨거운 고기를 손을 뜯어서 입으로 가져가니 정말 맛있게 조리가 되었다. 아내도 지도자들과 한 자매처럼 잘 어울려서 먹고 노는데 꼭 몽골여자처럼 행동한다. 이렇게 양을 한 마리 잡고 함께 모여 회식을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기쁜 축제이다. 이런 모임을 통해 지도자들간의 끈끈한 유대가 형성된다. 식사가 끝나니 합동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교회계단으로 모이라고 한다. 저마다 계단에 앉았는데 아뿔사 자매들의 몸이 너무 풍부해서 계단 하나에 두 명 앉으니 꽉 찬다. 나 같은 사람은 네 사람은 느끈히 앉을만한데 이거 웃을 수도 없고 상황 돌아가는 것을 그냥 볼 수 밖에 없다. 어찌 어찌해서 자리를 마련해서 합동사진을 찍었다. 형편상 어제 돌아간 지도자들이 몇 명 있었지만 남은 인원만 해도 제법 된다. 합동사진을 찍고 나니 소속교회 별로 우리와 사진을 찍기를 원해서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틀 이상이 걸려야 도착하는 자밍우드에서 온 지도자들, 하루 종일 걸리는 아르항가이에서 온 지도자들.... 모두가 참 귀한 분들이다. 세미나 기간 중에는 공부하는데 열중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다들 쾌활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곳 자매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성품이라 나를 끌어안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데도 어찌 밀착해서 찍는지 조금 어색하다.

사진을 다 찍었나 했더니 교회 부지 안에 있는 게르로 모두 모인다. 교인 중에 자녀들은 모두 죽고 혼자된 바담이 할머니가 바담이와 사시는 게르인데 갈 곳이 없어 교회 건물 옆에 게르를 짓게 해서 살고 계신다. 우리가 들어가니 반가워서 상석에 앉게 하시고 음식을 내 오셨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몽골사과 ("알림")를 두개 째 먹고 있는데 자매들이 우루루 들어오더니 날더러 기도해 달라고 한다. 무조건 순종해서 두 사람씩 자리에 앉히고 안수기도를 하는데 기도제목이 다들 다양하다. 어떤 분은 신장암으로 고생하고 있고 어떤 이도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어떤 이는 금방 벌에 쏘여서 얼굴이 부어 올라서 기도해 달라고 한다. 하다 보니 한 분도 빠짐없이 기도하게 되었다. 좌우간 복은 많이 받은 날이다. 강의하느라 허리도 아프고 온통 진이 빠져있는데 내 사정을 감안해 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사역할 때가 내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