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6일 촉칙칙 전도
어제는 울란바타르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남부고비의 어문고비의 촉칙칙까지 약 1000 킬로의 길을 17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했다. 2201번을 타고 돈고비의 호르뜨를 거쳐 지나 2202번을 타고 어문고비의 촉보보까지 와서 기름을 채운 후, 길도 아닌 것 같은 길로 좌회전해서 캄캄한 그믐밤길을 헤매어 촉칙칙까지 온 것이다. 촉칙칙은 중국 국경까지 불과 150 킬로밖에 되지 않는 몽골 남단에 속한 도시이다. 참 하루만에 멀리도 왔다. 오늘은 느긋하게 촉칙칙에 하루 더 머물며 전도에 힘쓰기로 했다. 촉칙칙은 근처 15킬로 거리에 위치한 타룬톨고이 유연탄광산 개발때문에 생긴 인구 2천의 신도시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타룬톨고이 광산에서 일하거나 관련업체에서 일한다.
우리가 머무는 게르의 GPS상의 위치를 적어 두래서 보니 N 47도 54.819분, E 106도 53.709분이다. 앞으로 여기로 올 때에 이를 사용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타룬톨고이 광산은 세계최대, 최양질의 유연탄 광산으로 원래 중국에 전량을 수출하려 했으나 몽골정부에서 시가에 맞지 않는 황당한 값을 요구하는 바람에 작년 내가 몽골방문시 중국이 협상을 결렬시켜 몽골정부와 광산이 판매부진으로 몸살을 앓았다. 직원도 500명을 해고하고 추가고용은 생각지도 못한다. 이 지역 교회지도자인 에리카가 이 곳에 온 원래 이유도 남편이 트럭운전수로 광산에 고용이 되어 따라 왔다. 그러다가 카스 은행의 대부담당직원으로 고용되어 현재는 부서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내가 몽골에 도착하기 이틀 전인 8월 21일 중국의 시진핑이 이 곳을 방문하고 몽골정부와 20년간 유연탄을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몽골인들은 중국인을 극도로 증오하였으나 이 때만은 시진핑과 중국정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몽골정부는 이로 인해 몽골인의 의기를 잃었다. 매년 8월에 몽골을 방문하여 사람들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하던 몽골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거부하는 조건으로 구매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몽골은 정치, 경제, 종교 모든 면에서 티베트의 영향을 그대로 수용했던 나라이다. 러시아군이 진주해서 당시 몽골을 다스리던 라마승 3만명의 목을 베기 전까지만 해도 티베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러시아가 라마승들의 정치적 영향을 몰아낸 후에도 라마승들은 몽골인들의 종교적, 정신적 지주역할을 계속 감당했다.
몽골이 이렇게 굴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중국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가 있다. 지난 2년동안 세계열강의 관심을 끌고 몽골인들의 콧대를 하늘까지 솟게 한 것은 타룬톨고이 유연탄 광산 개발과 오양톨고이 동광산 개발이었다. 잇단 투자와 막대한 고용효과로 몽골인들은 자신들이 선진국에 도달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여겼고 여기서 풀려나온 백억불 이상의 외화는 몽골경제를 흥청망청하게 만들었다. 지극히 단순한 유목민의 삶에 만족하던 사람들이 문명의 맛을 알아 사치와 풍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던 차에 타룬톨고이 광산은 중국과의 협상결열로 판매로가 막히고 오양톨고이 광산도 캐나다 광산회사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재계약하려는 몽골정부의 조치로 추가투자 50억불을 않고 현상유지만 하는 바람에 추가고용과 외화유입이 끊어졌다. 여기에다 서구열강이 몽골정부의 무식한 재계약요구를 괴씸하게 여기고 몽골정부 길들이기에 들어가는 바람에 몽골 뚜구르는 삽시간에 그 가치가 폭락하여 작년 내가 방문했을 때 달러 당 환율이 1400뚜구르였던 것이 지금은 1800뚜구르를 훨씬 상회한다. 불과 1년만에 삼십 퍼센트가 폭락한 것이다. 거기에다 2013년 대비 외국인의 몽골투자가 64퍼센트가 줄었으니 몽골인들이 현재 겪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다. 이로 인한 불황은 몽골인들의 상대적 빈곤의식을 더욱 부추겼다. 이미 돈맛을 알고 문명의 맛을 경험한 터라 과거처럼 단순한 유목민의 삶으로 돌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존심을 굽히는 것은 죽어도 하지 못하는 몽골인들의 성격상 굽히기도 싫은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이런 판국에 중국정부가 타룬톨고이의 유연탄을 20년간 사 가기로 한 결정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알만하다. 과연 자존심을 굽힐 만한 것이다. 판매로가 확보됨에 따라 타룬톨고이 광산의 고용도 정상으로 돌아갔다. 지난 3개월동안 불황으로 일꺼리가 없어 쉬던 에리카의 남편 에바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어 기뻐했다. 타룬톨고이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촉칙칙에 엄청난 땅을 확보하고 주거용 아파트를 여러 동 건설했던 카스 은행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서 아파트 분양율이 형편없어 텅빈 아파트 단지처럼 황량했다. 오죽하면 이 단지 상가에 입주하는 가게는 2년동안 렌트를 면제해 준다고 했는데도 들어오는 가게들이 별로 없었을까?
게르가 비좁아 임선교사 부부와 함께 차안에서 자다 보니 바깥에서 짖어대는 개소리가 그냥 귀에 들려와 새벽녘에 잠을 깨었다. 잠시 밖에 나가 볼 일을 보고 들어 오니 개 짖는 소리도 멎었다. 나중에 사연을 들어보니 새벽 5시 반이면 타룬톨고이 광산의 통근차가 도착하기 때문에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동한다고 했다. 그래서 개들이 짖어대었던 것이다. 이렇게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통근차가 노동자들을 실고 도착하는데 그 장면이 장관이다. 모두 주황색의 광부 복장을 해서 거리가 온통 불그레하게 변하는 것이다.
아침 7시에 모두 기상해서 간단한 예배를 드렸다. 오늘도 강사는 나인지라 임선교사 요청대로 고린도 전서 2장 1절에서 5절 말씀을 가지고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예수 십자가 복음을 성령으로 능력으로 전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전도여행의 주제는 사중복음을 체험하는 것이기에 임선교사께서 사중복음공부를 인도하신 후, 신유가 필요한 사람은 나오라고 했다. 드랬더니 이 곳까지 오는 동안 줄곧 운전했던 어기가 제일 먼저 나왔다. 이번에 울라바타르에서 거리를 걷다가 공사장 건물위에서 떨어진 쇠덩어리에 오늘 발을 맞아 매우 아프고 불편하다 했다. 좌우간 어기는 여러 가지 기구한 일을 다 당했다. 그래 야고보5장 말씀대로 기름을 바르고 기도하는데 어기의 이마에 땀이 비오듯 했다. 다 되었나 했더니 작년 훕수굴 무당에게 도끼로 이마를 맞은 후부터 두통으로 고생을 한다고 머리에 안수기도해 달라고 했다. 중쌀라 교회 지도자인 유니스도 고혈압으로 두통이 심하다며 기도해 달래서 기도해 주었다. 아르항가이 치칠릭 교회 지도자인 다브가이 목사도 두통을 호소해서 기도해 주었다. 몽골인들은 그 식생활 습관이 모두 고기와 기름이라 다들 혈압, 심장질환이 있어 두통이 심한 사람이 많다. 이렇게 안수기도를 하면 하나같이 몸이 뜨거워지고 고통이 사라진다고 했다. 나야 그저 순종하고 기도할 따름이고 하나님께서 능력과 이적으로 역사하시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들 2명씩 짝을 지어 전도하러 나갔다. 외국인이 전도하다 경찰에 걸리면 그대로 끝장이 나기에 이들을 훈련하고 격려해서 내 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지도자들을 세우고 이들이 사역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말씀과 조직으로 도우는 것이다. 오전 9시가 되니 벌써 태양이 작열하여 뜨거웠다. 밀렸던 온라인 과목 성적도 매기고 급한 일만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정오가 되었다. 에스더 선교사가 쪼르르 내게 오더니 물이 없다고 물뜨러 가자고 했다. 물통의 크기를 보니 가당찮게 컸다. 얼핏 보아도 10갤론은 담게 생겼는데 그 놈을 물을 채워서 날더러 들고 오라는 것인데 걸어 가 보니 우물까지 거리가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누구 팔 빠지게 하려고 작정을 했지. 내가 헤라클레스인감. 그래도 할 수 없지, 하라면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갔더니, 할렐루야 벌써 우물운영시간이 끝나서 오늘은 길을 수가 없단다. 좌우간 하나님께서 연약한 종을 긍휼히 여기시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벼운 심신으로 물통을 들고 게르로 돌아와서 차 속에서 임선교사와 앉아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이 시원했다. 나가서 하늘을 보니 이상하게 우리가 있는 곳만 거대한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서 시원한 것이다. 고비사막은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는 어찌나 뜨거운지 견디기 어렵다. 특히 양철지붕 푸르공 안은 말할 수 없이 답답한 것이 정상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나님은 주의 종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가는 곳마다 구름기둥으로 시원하게 해 주셨다.
오후 4시 20분이 되니 다들 전도에서 돌아와서 모여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뭉크가 내게 다가 오더니 명자 주라고 뭘 내미는데 보니 중국제 옥팔찌였다. 내 아내가 2년전 함께 자밍우드를 방문했기에 이를 기억하고 아내에게 갖다 주라고 선물을 주는 것이다. 나 먹으라고 중국 이롄에서 사온 말린 과일 포장한 것과 러시아제 라면 등을 주는데 하나같이 내가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이었다. 그래도 선생이라고 나를 섬기는 마음이 갸륵하여 모두 받아서 챙겨두었다. 이번에 온 지도자들 다섯 사람과 촉칙칙 지도자 에리카 모두 내게 그동안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라 선생대접을 어떡하든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저녁 6시 30분에 에리카네 교인 두 가정과 우리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성찬예배를 드렸다. 성찬예배를 드리기 전 먼저 임선교사께서 사중복음을 복습했다. 세 번째 신유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복습하면서 아침에 기도받은 세 사람에게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기도 받을 때에 온 몸에 열이 나더니 오늘 하루 전도하면서 통증이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사중복음을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사역하는 것이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들 에리카네 아파트에 가서 교대로 샤워를 하는데 정말 살 것 같았다. 콧구멍만한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로 근무하는 카스 은행에서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우리 보기에는 엉성한 아파트이지만 물이 귀한 곳에 사는 몽골인들에게 물이 콸콸 나오는 아파트는 사치이다. 이틀만에 몸을 씻으니 날아갈 것 같아 차속에서 자는 데도 일류 호텔에서 자듯이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