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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에서 하룻밤 잘 잔 후, 아침에 출발하여 동부로 이르는 국도를 달리는데 예상보다는 길이 잘 포장이 되어 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되어 길이 완전히 망가져서 옆 흙길로 한참 달리다 다시 국도로 가는 일을 반복하는군요. 동쪽으로 갈 수록 산이 많이 보이고 토양은 척박한 것이 짐승을 치기에도 어려운 황막한 땅이 계속됩니다. 가는 길이 아침부터 궂은 비가 나리고 바람은 어찌 센지, 잠시 밖에서 쉬려 했더니 가지고 온 옷 중 제일 따뜻한 옷을 입어도 벌벌 떨었습니다. 온도가 점점 내려가는데 차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화씨 52도 정도입니다. 거기에다 바람이 많아 체감온도는 그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곧 눈이 온다고 하니 임선교사 옷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힌티 아이막 (힌티 주란 뜻입니다)은 산지라 목축보다는 광산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특히 징키스칸이 태어난 주도 언더러항 (High King) 입구에는 거대한 Gate 가 있고 그 위에 징키스칸을 기리는 시귀가 적혀 있습니다. 임선교사와 교대로 운전해서 오후 4시 정도에 언더러항에 도착했지요. 비가 내려서 먼지가 날리지 않아 좋긴 한데 비가 너무 많이 온 관계가 흙길의 상황이 엉망입니다. 사방으로 패여 있어서 구덩이를 피해서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도 언더러항 입구에서 내려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Gate 양쪽에는 꼭 이순신 동상 같은 멋진 갑옷을 입은 징키스칸의 기마상이 버티고 있는데 멋있습니다. 

주도인 언더러항에서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인 비렠 호트 (호트는 시라는 뜻입니다) 가는 길은 모두 흙길인데 도로사정은 "오 주여" 기도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진흙탕을 굴러 굴러 3시간 정도 씨름하니 오른 쪽으로 꺾어지는 곳에 비렠 호트란 표지가 보입니다. 자칫하면 놓치고 지나칠 뻔 했는데 총기 있는 명희 선교사께서 그 멀리 있는 표지판을 알아보시고 방향을 잡아주셔서 언덕바지 길을 치고 올라가니 갈 수록 산이 높아지면서 주위의 풀이 제법 무성한 목초지로 들어갑니다. 들판에 목초들이 이제 가을을 입어 누렇게 물들었는데 산위라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니 누런 황금물결이 들판위에 출렁거립니다. 비록 비는 오고 춥긴 하지만 진짜 멋진 풍경입니다. 우리가 가는 비렠 호트는 러시아인들이 석영 광산을 발견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공장을 짓다가 갑자기 몽골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텅비게 된 곳이라 합니다. 보통 세계 다른 지역의 석영광의 순도는 약 14퍼센트 내외인데 이 곳은 순도가 94퍼센트여서 러시아인들이 탐을 내는 것입니다. 현재에는 러시아 인들이 버리고 간 아파트를 시가 헐값으로 불하하여 어떤 사람은 20불, 어떤 사람은 200불 정도에 가구까지 있는 집을 구매했다 합니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이 소박한 기계를 가지고 석영광을 캐어서 생활을 꾸리고 있는데,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많은 남자들이 알콜중독에 빠져들어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재 인구는 약 4천명 정도의 소도시인데 사방이 산이고 국경이 그리 멀지 않아서 정부에서 산림보호를 위해 산림보호 겸 국경수비를 위해 80명의 레인저를 선발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기대가 큽니다. 몽골은 가정마다 나무를 때어서 난방과 취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토가 자꾸 사막화하여 나무가 귀합니다. 요사이에는 정부에서 숫제 벌목을 불법화해서 나무가 품귀현상에다 값만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최근 이 도시 주위의 산에 산불에 크게 나 엄청난 삼림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몽골정부에서 이 곳을 삼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삼림보호할 레인저를 모집하는 것이지요.

이 곳의 교회지도자는 작년에 이르틴에서 내가 인도한 세미나에 참석했던 길오트 (shining star 란 뜻)란 자매인데 이 자매는 원래 자밍우드 교회 교인으로 자밍우드 교회 시절 중국 지하교회에 성경을 밀반입하는 사역을 했습니다. 2년동안 이 사역을 하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고생도 했지만 전도의 열정이 식지 않아 계속 교회개척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44세인데 자녀가 6명입니다. 고향인 비렠호트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와 이 곳에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현재는 본인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이미 근처에 교회용으로 $2,000을 들여 건물을 구매하여 수리 중입니다. 내일은 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이 곳에서 길오트와 함께 우리를 영접했던 바양뭉크 (rich silver 란 뜻)란 형제는 시아주버니인데 부부가 모두 알콜중독자였다가 전도받고 완전히 변화한 경우입니다. 바양뭉크는 원래 몽골인이 아니고 러시아에서 온 부리야트 사람이라 합니다. 부리야트 족은 한국인과 DNA가 가장 유사하고 모든 문화가 유사한 족속으로 아마도 한국인과 뿌리가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부인은 15세 연상인 어유나인데 비렠호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세관 Inspector 로 근무하는데 그 곳에도 전도를 하여 교인들이 모이고 있어 곧 교회를 개척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번에 시간이 나면 다녀와야 할 곳입니다. 

길오트의 교회개척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2012년 남고비 여행때 들렀던 쉬베곱 (투메가 사는 곳)을 지나 보르운드르 (Gray hill이란 뜻)란 광산도시에 여동생이 사는데 그 곳에 가서 여동생을 전도하여 그 곳에도 교회가 개척이 되었다 합니다. 이번 세미나에 그 교회에서도 2명의 지도자가 길오트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번 세미나는 작년보다 더욱 성황을 이룰 것 같습니다. 길오트의 전도로 인해 많은 알콜중독자들의 삶이 변화된 것을 알고 비렠호트의 시장이 길오트자매에게 와서 격려까지 하고 갔다고 합니다. 복음의 능력이 어떠한지 직접 드러난 경우입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길오트네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러시아인들이 건설했다가 버리고 간 아파트 중 하나입니다. 3층짜리 아파트 꼭대기 층인데 방은 2개짜리입니다. 부엌도 따로 있고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네요. 남편은 집에 없고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집에 있는데 아이들이 어찌 예쁜지 몰라요. 남편의 어머니가 러시아 사람이라 합니다. 길오트는 원래 전문 Cook을 하던 자매라 음식상을 어찌나 거창하게 차려 놓았는지 지금까지 몽골에서 받은 대접 중 가장 융숭하고 맛있는 대접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자매가 비록 작년에 내게 배웠긴 하지만 나를 극진하게 대접하는지 감사하던 차에 한 가지 놀라운 간증을 들었습니다. 

작년 세미나가 이르틴에서 끝나고 그 주일에 세미나에 참석했던 지도자들과 함께 이르틴 딘지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예배에서 제가 설교말씀을 전하고 축도까지 했지요. 예배후 제게 안수기도를 해달래서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대여섯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십여명이 한명도 빠짐없이 줄을 서 있더라구요. 그 가운데는 신장암 걸렸는데 내게 안수 받으면 나을 것 같다는 자매가 한 분이 있었습니다. 기도 받고는 나았다 그래서 저는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로 그 자매가 길오트였습니다. 이번에 간증을 하는데 그 때 제게 안수기도 받을 때에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더니 신장암으로 7년동안 고통받던 증세가 깨끗이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작년 9월초이니까 1년이 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신장암 증세가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 건강하게 교회개척사역에 힘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동안 자비로 근처에 교회건물까지 구입해서 지금 수리하고 있구요. 또 다른 지역까지 달려가서 여동생을 전도하고 그 곳에도 교회를 개척했다니 지난 1년이 눈부신 복음의 진보를 이루었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동생의 직업이 물세와 전기세 걷는 수금원이라 집집마다 방문하는 것이라 그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전도하기에는 최적의 직업입니다. 어찌나 열심히 전도했는지 벌써 교인들이 제법 되어서 근처에 집을 하나 사서 예배처소로 작업 중이라 합니다. 작년 세미나 때 너무 무리하여 다리가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살로 호되게 앓았는데 그것이 이런 열매로 나타나니 그저 감사, 감사할 뿐입니다.

그동안 7년넘어 정부에서 한 달에 $100의 disability 보조를 받아 오다가 정부관리가 검사를 하더니 이젠 암이 나았으니 보조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서 걱정했답니다. 여기서는 한 달 $100 이면 큰 돈인데 수입이 그만큼 줄면 여섯 자녀 키우는데 지장이 있지요. 그런데 정부관리가 혈액검사를 다시 하자고 하더니 약간 빈혈증세가 있으니 이걸 핑게로 정부보조를 2년 더 해주겠다고 했답니다. 관리 말이 사실 이렇게 연장해 주는 것이 말이 안되는데 자기도 왜 이렇게 해 주는 것이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것도 하나님께서 관리의 마음을 움직여 주는 것이지요. 이 자매님 뭉크와 함께 성경에 나오는 대로 금식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들어 주신다고 믿고 금식기도했더니 이렇게 암이 나았는데도 정부보조를 2년 더 받게 해 주셨다고 간증합니다. 이 자매님 그래서 입만 열면 하나님이 하신 이적에 관한 간증입니다. 

식사는 잘했는데 아직 난방이 안나오고 온수가 안나오는 것이 애로이긴 합니다. 얼음처럼 찬물에 머리를 감는데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래서 오기 전에 한국에서 머리를 숫제 니부가리 정도로 하고 온 게 다행이긴 합니다. 목욕이나 샤워는 염두도 못 내지요. 울란바타르로 돌아갈 때까지는 자연 그대로 냄새를 간직한 채 지내야 합니다. 어디를 가나 천사같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국에서 가져온 모자를 하나씩 씌워주었더니 어찌 저를 따르는지요. 임박시 부부는 돌아가더라도 할아버지는 여기서 자기들과 같이 살자고 하네요. 나이 들어서 머리 허애져도 이렇게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흐뭇합니다. 

인터넷 걱정을 했는데 명희 선교사께서 가지고 오신 모비콤이 작동이 잘되어 이렇게 긴 사연을 보낼 수가 있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밥을 너무 늦게 많이 먹어서 잠이 안옵니다. 내일은 또 여러 곳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몸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근지럽던 증세도 날이 추워져서 그러한지 완전히 가시구요. 저희가 잘 수 있도록 길오트네 가족은 모두 이불 보따리를 들고 빗속을 한참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친척 집으로 가고 저희가 주인없는 방에서 숙박했습니다. 자신을 가르치는 박시 (선생, 목사 등을 가리키는 몽골호칭)라고 어찌나 극진히 섬기는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먼 길을  달려왔던 노독이 사랑의 섬김에 깨끗이 가시는 하룻밤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시차적응이 안되었는지 자다가 한번은 꼭 깨고 기껏해야 4시간 정도밖에 못 자겠습니다.

이상,IMG_2074 (400x3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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