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1988,11
가을은
황금빛 털실로 의복을 짓는 여인
사랑하는 이여
제일 아끼던 화려한 성장으로
당신 앞에 섰습니다
머리터럭 한 올까지도 헤아리시던
자상한 눈길 속에 익어가던 우리의 사랑
그 노래가 온 숲을
곱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가장 정결한 마음자리에 무릎꿇어
눈물로 당신 발을 적시며
긴 머리로 씻어 드리고 싶습니다
촛농 떨어지듯
뚝,
뚝,
이우는 황금빛 손수건
벗으신 몸 가려주기엔
민망하도록 비좁은 마음
쓸쓸히 걸어가신 골고다 그 언덕을
온 몸으로 뒹글고 싶은 송구스러움
한 여름 푸르렀던 영화
잃어버리고
속속들이 벌거벗은 목숨 한뼘
그래도 기뻐서
마른 소리로 웃는 것은
땅끝까지 굴러가도 따라오시는 님의 손길
영과 육을 가르시는 하늘 끝에 서면
나무 숲 위로 아지랑이 오르듯
영혼은 들려 오르고
소리없이 떨어지는
마른 껍질 하나
가을은
황금빛 털실로 의복을 짓는 여인
사랑하는 이여
제일 아끼던 화려한 성장으로
당신 앞에 섰습니다
머리터럭 한 올까지도 헤아리시던
자상한 눈길 속에 익어가던 우리의 사랑
그 노래가 온 숲을
곱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가장 정결한 마음자리에 무릎꿇어
눈물로 당신 발을 적시며
긴 머리로 씻어 드리고 싶습니다
촛농 떨어지듯
뚝,
뚝,
이우는 황금빛 손수건
벗으신 몸 가려주기엔
민망하도록 비좁은 마음
쓸쓸히 걸어가신 골고다 그 언덕을
온 몸으로 뒹글고 싶은 송구스러움
한 여름 푸르렀던 영화
잃어버리고
속속들이 벌거벗은 목숨 한뼘
그래도 기뻐서
마른 소리로 웃는 것은
땅끝까지 굴러가도 따라오시는 님의 손길
영과 육을 가르시는 하늘 끝에 서면
나무 숲 위로 아지랑이 오르듯
영혼은 들려 오르고
소리없이 떨어지는
마른 껍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