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6
나의 이야기 (19) 노루 이야기
제 모교인 김천중학교에서는 매년 겨울이 오면 전교생이 함께 산에서 몰이꾼이 되어서 짐승을 잡는 행사를 하곤 했어요. 학생들은 온 산을 둘러싸고 산밑에서부터 훑어 올라가면 선생님들과 다른 어른들이 완전히 한 곳으로 몰린 짐승들을 잡아서 그걸로 큰 솥에다 삶아서 탕을 만들어서 돌렸어요. 한번은 노루를 산 채로 포획해서 학교에 있는 우리에 넣어서 키웠어요. 원래 그 우리는 교무실 바로 뒷켠에 있었는데 재단이사장인 김세영 씨가 학교에 기증한 원숭이 두 마리가 있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애들이 원숭이들을 하도 작대기로 찔러대고 괴롭혀서 한 해인가 살다가 둘 다 죽었고 빈 우리만 남아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노루는 불과 한 달도 못 버티고 시들시들하더니 죽고 말았어요. 온 산야를 달리던 짐승이 좁은 우리에 갇혔으니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었던게지요. 지금도 그 때 노루의 슬픈 눈매가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