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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15) 신앙간증 (2) 위대한 꿈 (2007년 2월 6일 글을 윤문하다)

필자: 김진태 목사 (얼라이언스 신대원 교수)

 

 

내가 태어난 시대는 참 불행한 시대였다. 민족상잔의 동란이 미쳐 끝나지 않은 때에 맨 몸으로 김천에 피난 오셨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나는 그 흔한 모유 한번 먹지 못하고 태어나면서부터 이웃집 아줌마들의 동냥젖으로 생명을 부지했다. 워낙 가진 것이 없는 집안이라 학교에 입학해서도 교과서 한 권 없이 앞집 남숙이 책을 함께 보며 공부했다. 태어 나면서부터 극심한 영양실조와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보니 덩치도 남보다 작고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로 자라났다. 육신적인 고통이야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었으나 때때로 밀려드는 절망감이 이제 갓 국민학교에 들어갔던 나를 사로 잡을 때는 정말이지 견디기 어려웠다. 아무리 둘러 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 나를 구원해 주었던 것은 두 권의 책이었다. 하나는 우리 집 시렁에서 줏은 여러 면이 떨어져 나간 “아라비안 나이트”였다. 학교에서 가나다라를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은 다섯 살 짜리가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내가 신밧드가 되어 카펫트를 타고 날아 다니는 꿈을 꾸었다.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책에 재미를 붙인 나는 책이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해야 가교사 두 개를 전 학년이 돌아가며 사용했던 곳이라 읽을 거리 하나 없었다. 그러다가, 김천문화원에 가면 책이 좀 있다고 해서 갔더니 두 평 짜리 방에 책을 100 여권 진열해 놓았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심취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먼저 시작한 것이 과학모험소설류였다.

 

그 후에 손에 잡았던 책이 바로 내 인생을 바꿔 놓은 “플루타크 영웅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내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 잡았던 것은 알렉산더 편이었다.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 희랍적인 삶과 철학만이 인류를 운명론적 사고에서 해방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전 세계의 희랍화를 향한 정복자의 길을 나섰던 알렉산더, 그의 인격과 삶은 어린 나의 심령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왔고, 급기야는 "나도 알렉산더 같은 영웅이 되어야지" 하는 어찌 보면 황당한 꿈을 갖게 했다.

 

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동네 친구들 간에 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슬치기로 시작했던 것이 화투장으로 바뀌더니 본격적인 노름판으로 발전했다. 매일 같이 놀던 친구 두 명도 골수 멤버가 되어서 내게도 같이 놀자고 유혹했다. 그 때 내가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꿈 때문이었다. 그따위 나쁜 버릇에 물드는 자는 알렉산더 같은 영웅의 꿈을 꿀 자격도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곧이곧대로 얘기했더니 더러는 나를 모자라는 녀석이라고 비웃었다. 원래 소꾸모티에서 이사 왔던 나는 안 그래도 좀 애들에게서 따돌림 받았는데, 이로 인해 아주 왕따를 당했다. 그러나, 정작 두 친구들은 내게 대한 우정을 버리지 않았고 그 사건 이래로 나를 친구 이상의 존재로 존경했다.

 

첫 대학시험에 불합격하고 1년을 떠돌며 고학하던 시절 밀려오는 절망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내 꿈 때문이었다. 소년시절 닥쳐오는 이성의 문제에서 자유할 수 있었던 것도 꿈에 걸맞는 자로 고귀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내 아내가 되려면 적어도 대통령 영부인 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내가 알렉산더 같은 영웅이 되었는가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나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이고, 내 인생을 몰고 가는 위대한 꿈이 아직도 있는가이다.  33살에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깨달은 것은 내 인생을 지금까지 인도하신 이가 하나님이셨으며, 어린 시절 꿈을 주심으로 절망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하셨던 분도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꿈은 꿈 자체만으로도 삶에 능력을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영혼에게 위대한 꿈을 심어주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은 자가 강한 용사로 탈바꿈된다.

 

형들에게 배반당한 요셉이 물구덩이 속에 있을 때에도 그를 지탱했던 것도 위대한 꿈이었고, 황막한 사막길을 개 끌리듯 애굽까지 끌려 가던 요셉을 절망치 않게 했던 것도 바로 그 꿈이었다. 그 꿈이 있었기에 요셉은 꿈에 걸맞은 자로 죄와 타협하지 않고 경건한 삶을 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 꿈에 합한 자로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믿는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뜻을 두고 행하시는 분이시며 우리가 그 뜻을 이루는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삶을 통해서 이것 한 가지는 꼭 이루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당신이 죽고 난 후 사람들이 당신의 삶에 대해 한 가지 기억하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당신에게 하나님이 주신 꿈일 수 있다. 

 

그 꿈을 귀하게 가꾸고 그 꿈에 걸맞는 자로 하루 하루 준비하는 인생을 사시라! 

 

때가 차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위대한 하나님의 용사로 탈바꿈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