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도 아시는 대로 나는 월요일이면 목회자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 내가 산우회의 책임을 맡고 있다 보니혹시 악천후를 만날까 보아 항상 인터넷으로 산행현지의 날씨를 점검하는 것도 내 몫이다. 보통 토요일이전에 내주 월요일 산행장소와 시간과 준비사항들을 이멜로 회원들에게 보낸다. 그러다 보니 일기가 불순한 때에는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내게 전화로 확인하는 회원들이 많다.
이미 이멜로 산행계획을 다 통보받아 알면서도 왜 내게 확인전화를 하곤 할까? 심신을 단련한다는 좋은 결과는 있지만 편안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육신의 타성은 어떡하든 핑게를 만들어서라도 한번 쉬기를 원하고 이 계기를 산우회장인 내가 제공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실 목회자들의 주말은 다른 이들의 한 주간 격무를 한꺼번에 몰아놓은 것과 진 배없기 때문에 월요일에 추운 날씨에 떨치고 일어나서 산을 오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것이 한 해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월요일에 전화오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더니 지난 월요일은 날씨가 올해 들어 최악이었는데도 아무도 확인전화를 않았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바깥출입을 삼가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었다. 산행장소인 해리만의 일기를 인터넷에서 점검했더니 체감온도가 화씨로 영하 10도였으니 말이다. 혹한에 대비해서 두툼한 바지와 자켓과 방한모로 무장을 하고 해리만 약속장소로 갔더니 다들 미리 와서 장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만 살짝 뿌려도 오늘 산행 가느냐고 확인전화를 하던 회원들이 왠 일로 이렇게 철이 들었을가? 그동안 내가 보여준 확고한 자세 때문이다. 나는 확인전화가 올 적마다 대답하곤 했다. “비온다고 숨 안 쉽니까?” “춥다고 밥 안먹습니까? 남 마음 약하게 하려고 작정했수. 왜 묻습니까? 당연히 가는 걸 알면서….” 워낙 내 반응이 완강하다 보니 이젠 산우회원들의 마음에 확신이 선 것이다. “아, 산행은 날씨와 상관없이 무조건 가는 것이구나.”
이 원칙이 산우회원들의 마음에 확실히 각인이 되는데 1년이란 세월이 소요된 것이다. 인생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옛말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고 했다. 무엇이든 하기로 결심했으면 지속적으로 해야 큰 일을 이룰 수가 있다. 인생에는 “해야 하는 것”과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있다. 우리는 먼저 무엇이 해야 할 것인지가 결정하여야 하고 일단 “해야 할 것”이라고 결정했으면 핑게거리를 찾지 말고 하면 된다. 하되 어차피 해야 할 것이면 이를 신나는 모험으로 여기고 기쁜 마음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런 인생은 신나는 인생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위에 발산해서 타인과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지도자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