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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1

나의 이야기 (11) 활 이야기 -소꾸모티 1958년

 

제가 태어나 자란 소꾸모티는 김천시에 속하긴 했지만 강 건너에 있는 진짜 한데였어요. 공식적인 명칭는 신음동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소꾸미, 혹은 소꾸모티라고 불럿어요. 소꼬리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불렀다고 하네요. 직지내와 감천내가 만나는 지점에서 동네가 시작하니까, 모퉁이는 모퉁이라 할 수 있어서. 어쩜, 소꼬리모퉁이란 말이 줄어서 소꾸모티가 된 듯해요. 동네라고 해야 가구 수도 몇 되지 않는 작은 두 강줄기따라 나 있는 동네였어요. 집 바로 뒤에는 감천내가 흐르고 앞에는 산자락인데 그 산자락을 타고 30분 정도 산길을 가면 음성나환자촌인 기독삼애원이 있었어요. 소꾸모티 산꼴짝에서 태어나 소꾸모티 안에서만 두 번 이사를 간 후, 진짜 김천 시내에 있는 모암동으로 이사를 간 것은 제가 8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도 어릴 때 추억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이 소꾸모티입니다.

 

소꾸모티 시절의 저는 참 빠리빠리하고 똘똘했고 장난도 많이 쳤어요. 아침이면 먼저 물가로 나가서 거기서 세수하고 모래로 양치함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낮에는 물가에서 모래성을 쌓거나, 깡통에 불을 놓아서 깡통돌리기도 하구요. 그거 원래 정월 대보름에 하는건데, 우린 그걸 여름 빼고는 삼계절 내내 모래사장에서 했어요. 깡통돌리기를 좋아해서 걸핏하면 그걸 돌리고 다니다가 어른들에게 “야, 이눔아 그러다 밤에 오줌싼다”고 경고도 많이 받았어요. 동네꼬마들과 씨름대회도 하구요. 꼬마 때 호기심이 많아 뭐든 들으면 직접 만들어서 실험을 했어요. 특히 무기라면 뭐든 좋아해서 제 손으로 온갖 무기를 직접 만들었어요. 처음 만든 무기가 활이에요. 

 

오늘은 활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할게요. 원래 활을 만든 목적은 그걸로 새를 잡아 구워 먹으려는 욕심에서였어요. 당시는 다들 세 끼 떼우기가 힘들 때라, 고기라고는 명절이나 되어야 구경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 날아가는 새를 보면 그게 제겐 공짜 고기로 보였어요. “저 놈을 잡아 묵어야지” 결심하고 활을 손수 만들었는데 그게 아마 제가 6살 때였을거에요. 근데, 제가 만든 활로 유일하게 잡았던 것은 새가 아니고 사람이었어요.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저는 떡잎 때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일을 많이 했어요. 활대는 미류나무 휘어진 놈을 짤라서 그 놈을 불에 구우면서 구부리고, 양쪽에 부엌칼로 흠을 내서 거기에 빤스 고무줄을 묶어서 활을 만들었어요. 화살대는 옛날 초가지붕을 이을 때 밑에 까는 삼대로 만들었어요. 삼대는 바로 대마초에요. 대마초가 각성제 성분이 엄청 담긴 마약임이 알려진 것은 이 사건 후 20여년이 지난 뒤 조용필, 김세환 등의 선각자가 대마초 가수로 메스콤과 사회의 정죄를 받은 후에요. 당시에는 시골사람들은 그걸 그냥 돗자리를 짜는 재료로만 여겼어요. 특히 우리 집 근처에는 자리 짜는 재료를 채취하고 남은 대마초 잎파리와 줄거리가 많았어요. 바로 울 집 앞에 돗자리 공장이 있었거든요. 흔한 재료라 초가지붕을 이을 때에 삼대를 밑에 깔고 짚을 덮었어요. 그게 부드러워서 가공하기가 쉬워서 그 놈을 잘라서 못을 박은 후 끈으로 꽁꽁 매어서 화살을 만들었지요.

 

그걸 가지고 새 잡는다고 설쳐 대는데, 통 맞출 수가 없어요. 마당에 그 귀한 낱알을 뿌려 두면 참새들이 우루루 날라와서 쪼아 먹는데 도시 맞추어지지가 않아요. 한참 오른 눈을 깜고 지그시 전주는데, 아 이게 발사를 하려는 순간 “샥” 자리를 떠요. 뜨건 말건 성질 못 이겨 참새를 향해 쏘는데, 이 겁 없는 참새들이 잠시 “획” 자리를 피하는데 날래기가 이를 데 없어요. 쏘고 나면 금새 제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짹짹거리는데, 아 요것들이 날보고 “야, 우리 여기 있다. 또 함 쏴 봐라”하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참새가 공짜 고기로 보여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몇 번 물을 먹고 나니까 참새가 웬수로 보이더군요. 그래 “익, 이 웬수들아, 좀 맞아라” 하고 몇번 씨름을 하고 나니 기운만 빠지고, 오르는 건 약 밖에 없어요.

 

그런데, 옆에서 그걸 보던 동무녀석이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어요.

 

"에라, 등신아, 네가 뭔 재주로 새를 잡아. 활을 쏠 줄이나 아냐?'

 

내가 활을 만들어서 쏘아 대니까 부러웠던 거에요. 그래서 활을 겨누며 말했어요.

 

"이게 날 뭘로 보고, 야 못 쏠 줄 알아"

 

아 그런데 이 녀석이 계속 놀리는거에요.

 

"야 웃기지 마 쏠 수 있음 날 한번 쏴봐라. 나는 참새보다 크다 아이가."

 

그래서 활을 들어 올리고 말했어요.

 

"그라마 몬 쏠 줄 알고, 쏜다 쏜다."

 

아 그런데 이 눔이 계속 “쏴라 쏴라”하면서 앞에서 알짱거리며 약을 올리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게요? 지는 남자 아입니까? 싸나대장부가 그런 모욕을 받고 가만 있음 안되지요. 그래, 쐈지요. 까불면서도 설마 내가 활을 자기에게 쏠 줄은 몰랐던 그 아이가 “아이, 뜨거라”하고 엉겁결에 막는다는 것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서 눈을 가렸어요. 그랬더니 내 화살이 손바닥을 꿰뚫었어요. 그 때 손을 들지 않았음 화살이 얼굴에 박혔을거에요. 그 일로 주위 어른들에게 엄청 핍박을 받았습니다.

 

화살맞은 동무가 동네가 떠나가라고 난리를 치니까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겠습니까? 그래, 날 보고 물으세요.

 

"자가 우째 저래 됬노?"

 

"지가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쟤가 자꾸 날 보고 자길 쏘래요. 그래서 쐈어요."

 

그랬더니, 다들 그래요.

 

"아 저눔이 그걸 말이라고. 쏘라고 쏘는 눔이 어데 있노. 저 눔이 뭐가 되려고."

 

"아니 지가 쏘래서 쐈는데 왜 마음 착한 날 가지고" (그 때 내 생각)

 

그래, 걔 아부지가 오기 전에 얼른 도망해서 울 집 창고에 고개를 쳐 박고 숨었어요. 들킬까 봐, 숨조차 죽이고 쳐 박혀 있는데, 누가 창고문을 삐꿈히 열고 들여다 보았어요. "어이크"하고 숨으려다 살짝 보니까 울 아부지에유. 근데, 아부지가 나를 보시더니 그냥 문을 닫으셨어요. 아부지는 내가 어디 숨는지 아시니까 미리 돌아 보신거지유. 조금 있으니까, 밖에서 화살 맞은 동무 아부지 소리가 들려요.

 

"김주사, 진태 그놈 어데 있소. 야 손바닥 좀 보소. 그냥 둠 안될 눔이유."

 

아부지 말씀이, "걔 어데 갔는지 보이지도 않네요. 내 오거든 혼구녕을 낼테니 그냥 가소."

 

참고로 말씀드림 그 후 울 부모님은 이 사건을 입밖에도 내지 않으셨어요. 그 분들은 제가 다른 애들을 줘 패고 들어가면 아무 말도 않으시고 반찬 한 가지 더 챙겨 주곤 하셨어요.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는 저도 활을 만들지 않았어요. 안 그랬으면 아마 국가대표 양궁선수로 이름을 날렸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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