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어느 동네를 가든 그 동네출신 전사자들의 이름이 국가별로 적힌 전몰자 추모탑이 있읍니다. 탑 아래에는 누군가가 가져다놓은 꽃다발이 있고, 탑에는 전몰자들의 이름이 새겨있는데 전몰한 전장별로구분해서 새겨져 있읍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꼭 추모탑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2차대전 후 전몰자 수로 첫번째는 월남전이고, 두 번째가 한국전입니다. 그걸 볼 때마다 저는 마음에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한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항상 핏대 올리며 지르는 소리는 우리도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끼리 마음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미국은 왜 한국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가? 왜, 한국에 이렇게 많은 미군병사를 주둔시키고 있는가? 저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미국병사들의 피값으로 지킨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피를 흘려 지킨 나라가 엉뚱한 님들에게 그것도 자유를 뺏기 위한 탱크를 밀고 들어왔던 자들에게 삼키움을 받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는거지요. 그것이 저들에게는 미국이 한국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간섭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이적행위까지 하지 않으면, 멸망의 길로 질주하고 있지 않으면,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미국이 왜 간섭하겠습니까? 아니, 뻔히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펄펄 끓는 용암 구덩이로 질주하는데 그걸 붙잡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미국에서 40년을 살다보니,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종종 만납니다. 이 분들에게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하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몰라요. 6.25 동란 때 한국이 얼마나 강산이 피폐했던지, 그랬던 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게 하는지 모른다고 얘기하는 이 분들의 얼굴이 해같이 빛나더라구요. 자신들이 있던 지역의 이름까지 기억하면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곤 하세요.
참 딱한 것은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라는 이름의 공산운동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자기 원수와 은인을 구분하지도 못하는지 딱하기만 해요. 특히 6.25를 겪은 나같은 사람의 눈에는 더욱 그러해요. 한국의 현재 번영의 뒤안길에는 수많은 이름없는 외국병사들의 피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