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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꾸모티 우리 집 왼쪽 집은 밍게네 집이었다. 밍게는 일본명으로 울 형 친구의 이름이고 나와 동무였던 성배의 형이다. 밍게 아부지는 말구루마를 끌어서 생계를 유지하셨는데, 보리밥만 드셔서 그러한지 걸을 때 보면 한 걸음마다 한 방씩 방귀를 뀌어서 울 아부지가 “말방구”라고 별명을 지어주셨다. 잘 들어보면 그게 “빌빌빌” 음악처럼 들렸다. 길 건너에는 담배가게가 있는 남숙이네가 살았는데 이 집은 동네에서 제일 부자집이라 집도 기와집이고 정원까지 잘 가꾸어서 나는 매일같이 그 집에 놀러 가곤 했다. 갈 때마다 울 집에서는 구경도 못하는 다과를 남숙이 엄마가 내 왔기 때문이다. 남숙이는 나병환자인 고 김문길 씨의 딸로 국민학교 때 내 짝이었다. 뒷집에는 강수네가 살았는데 강수네 집은 모래판에 면해 있었다. 강수 아부지는 그 때 이미 호호할배고 엄마는 젊은 분이셨다. 두 분 나이 차이가 30년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략 두 분의 사연을 짐작하실 것이다. 밤이 늦으면 뒷집에서 강수 엄마의 소리가 매일 들렸다. 술을 한 잔 하심 구성진 노래가락을 젓가락 장단에 부르셨다. 근데, 젓가락 두드리는 소리나 노래솜씨가 가수 저리 가라였다. 반면 술을 드시지 않을 때는 팔자타령하며 우시는 소리가 들렸다. 왜 우셨는지 이유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강수는 엄마에게서 노래하는 걸 배워서 가수로 출세해 보겠다고, 땅을 다 팔아서 외지에 가서 노래학원을 다닌 후 레코드 판 하나 취입하고 온 가산을 다 들어먹었다고 들었다.

 

 

 

 

오른 편에는 뒤출이네가 살았는데 그 집은 뒤출이 아부지께서 소구루마를 끌어서 생계를 유지하셨다. 뒤출이 아부지 성함은 변수만, 어무이 성함은 울 엄마와 한자까지 동일한 임봉순이셨다. 울 엄마와 나이까지도 비슷해서 두 집은 한 집처럼 살았다. 뒤출이 아부지는 한 없이 착한 분이셨는데, 머리가 조금 모자라셔서 자주 속임을 당하곤 하셨다. 이 이야기를 읽는 분들은 왜 하필이면 애 이름이 뒤출이인지 궁금하실 것이다. 그 집은 끼니를 떼우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는데, 아들 복이 터져서 아들만 아홉이었다. 그야 말로 아들만 줄줄이 아홉이니 이건 시합에 나가도 우승할 만한 기록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하나같이 코메디감이다. 그래 오늘 이야기는 바로 뒤출이네 형제의 이름 이야기이다.

 

 

 

 

첫째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제일 먼저 나왔다고 일출이, 둘째는 두번째 나왔다고 이출이, 셋째는 울 형님 가방들고 다녔던 삼출이이다. 그런데 넷째는 사는 죽을 사와 발음이 같아서 이제 “애 고마 나오라”고 영출이라고 지었다. 숫자 영 영이다. 영출이는 왜 그런지 몰라도 걸핏하면 질질 짜곤 해서 우리는 영출이를 짬보라고 불렀다. 영출이의 이름에는 이젠 정말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가짐이 들어 있다. 끼니를 떼우기 어려운 집에 입만 자꾸 늘어나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그 때는 산아제한의 개념도 없었고, 애를 떼는 방법도 무식했는데 뒤출이 엄마는 그냥 삼신할매가 주는 대로 다 낳으셨다. 허우대가 남자보다 더 훌쩍하고 건강하셔서 애 낳고도 아무렇지 않게 밭일을 하시곤 하셨다. 그래도 그렇지 벌써 넷이나 낳았으니 이제 고마 나아야 할텐데 영출이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덜컥 애가 들어섰다. 아 근데 이번에는 뒷간에서 용을 쓰시다가 애가 튀어나와 버렸다. 그래 나보다 나이는 좀 많지만 친구였던 다섯째의 이름은 뒷간에서 나왔다고 뒤출이가 되었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뒤출아 뒤출아” 밤낮 노래하듯 불렀었는데, 요새 생각하니 뒤출이가 자기 이름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더러웠을 것 같아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 기억에 나보다 2살은 많았던 것 같은데, 모래판에서 씨름할 때마다 나한테 히떡 넘어갔다.  이젠 다섯 명 이름 이야기는 했고, 나머지도 이야길 함 다들 요절복통할 것이다.

 

 

 

 

뒤출이를 낳고 나서 또 덜컥 아들이 태어났다. 그래 이번에는 정말 그만이라고 해서 이름을 끝 종자를 써서 종출이라고 지었다. 종출이는 내 똘만이 노릇을 줄곳 했던 녀석인데 별로 기억 나는 일은 없는 것을 보면 평범했던 아이였다.  그래 두 분이 조심한다고 하셨는데 또 애가 나왔다. 그래 이번에는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말출이라고 지었다. 아 근데 이런 일이, 어느새 또 덜컥 애기를 가진 것이다. 그래 “아이고 또 나왔구나” 해서 또출이로 했다. 한자로는 더 이상 지을 수가 없으니까, 그리한 것이다. 이게 끝이면 그래도 나았을텐데, 얼마 안 있어 또 애가 나오니까 이젠 정말 끝이라고 끝출이라고 지었다.

 

 

 

 

혹 여러분 가운데 아들만 아홉을 가지고 싶은 분이 있으심, 작명하실 때에 뒤출이네 집 아들들 이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사실 뒤출이네와 엮인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는 아직도 많으나, 그건 또 다음 글에서 나누겠다.   

 


  1. 나의 이야기 (46) 나를 뭘로 보고- 2014년 서울

  2. 나의 이야기 (26) 고정관념을 깨뜨리다- 1978년 삼성물산 사원시절

  3. 나의 이야기 (22) 신데렐라 이야기 - 1967년 김천고등학교 2학년

  4. 나의 이야기 (18) 어느 그믐날 사건- 1963년 김천중학교 1학년

  5. 나의 이야기 (21) 엄마와 예천에 다녀오다- 1966년 김천 고등학교 1학년

  6. 나의 이야기 (20) 아부지와 예천에 다녀오다- 1966년 김천 고등학교 1학년

  7. 나의 이야기 (23) 엄마와의 6달 - 1971년 대학2학년때 이야기

  8. 나의 이야기 (3) 첫 외출과 망고수박 – 소꾸모티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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