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이었을거에요. 당시 저는 삼성물산 뉴욕지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업무차 사우디 담맘에 출장을 가서 한 주 머물다가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거기 주재하던 친구가 홍해구경를 시켜준다고 차를 몰고 사막 한 복판에 뻥 뚤린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데 차라고는 우리 차밖에 없더군요. 거기다 대낮인데도 양쪽에 빽빽이 세운 가로등이 휘황하게 빛나던 것이 “참 돈지랄 한번 끝내주게 하는구나” 생각하게 했지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게 하려고 홍해를 가르던 현장을 떠올리며 찾았던 바다는 정말 푸르고 아름다왔어요. 그래 홍해 물맛은 어떤가 하고 풍덩 뛰어들어서 헤비작거리며 손으로 떠서 맛을 보니 “퇴퇴” 소리밖에 나지 않더군요. 이왕 간 김에 예수께서 40일간 광야에서 물 한 모금 드시지 않고 금식하셨다니 나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하고 사막 한 가운데로 가서 맨발로 걸어다녔어요. 근데 40일은 커녕 10분 정도 지나니 정신이 오락가락, 발바닥은 불에 덴 듯 뜨거워서 “아, 이러다 가겠구나” 해서 얼른 차로 돌아왔지요. 맞습니다. 걷다간 발바닥이 금새 타서 죽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