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 아마 2001년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저는 맨하탄 캠퍼스로 출퇴근하면서 박사학위논문을 마무리하느라 죽을 힘을 다하던 힘든 때였는데, 그 해 겨울 어느날 밤새 폭설이 롱아일랜드 우리 집에도 퍼부었어요. 새벽에 자다가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통째로 흔들려서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지진이 나기라도 했나" 해서 깨어 뒷곁에 나가니 집 바로 뒤에 있던 사과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반으로 짝 갈라져서 우리 집 Porch로 쓰러진 겁니다. 나무가 갈라진 단면을 보니 벌레가 속을 다 파 먹었더군요. 겉보기에는 멀쩡했는데 말이에요. 다행히 Porch가 파손되지 않았지만 그놈 치우느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뒷집에서 Chain saw를 빌려다가 동강을 내고, 손도끼로 어마무시하게 깊이 박힌 뿌리를 다 아작을 냈지요. 당시 제 나이가 이미 지천명이었는데, 우통 벗어치우고 나무를 아작내는 모습을 보고, 뒷집 아저씨, 옆집 아줌마 할 것 없이 "참 별난 놈 다 봤네"하는 눈길로 쳐다 보았지요. 그동안 논문 작성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셈 치고 그걸 다 혼자 감당하고 나니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를 채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어려운 일에 직면해서 그게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일부러 험산을 오르거나 하는 육신적 도전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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