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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김천으로 피난 오셔서 세 들었던 속구모티 산꼴짝 창구네 집 단칸방 살 때 태어난 저는 애기 놓고도 산후조리는 커녕 김천역전에 가셔서 떡을 팔던 어머님을 기다리느라 누나 등에 업혀서 동네 어귀 감나무 밑에서 눈이 빠지라 기다리곤 했지요. 당시는 전쟁이 한창이라 기차는 피난민들로 만원이었고, 그 때 제일 잘 팔리던 것이 떡이었어요. 그래, 엄마는 떡을 소쿠리에 담아서 김천역전에 가시면 밤이 되어야 돌아오시곤 했어요. 아버지는 남의 엿공장에 품팔러 가셔서 엄마보다 더 늦게 돌아오시곤 했구요. 젖 한 방울 못 먹고 어쩌다 동네 아줌마 동냥젖으로 연명했던 저인지라, 동네가 떠나가라고 울어 재치니 저보다 10살 연상인 누나는 저를 업고 감나무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다렸어요. 그래서, 저는 감나무에 꽂이 환하게 핀 경치가 유난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조금 자랐을 때는 그걸 얼마나 따 먹었는지 그걸로 배가 다 불렀지요. 그래, 그걸로 감꽃 팔찌도 만들고 감꽃 목걸이도 만들고.... 아 감꽃 피던 그 동네어귀는 이젠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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