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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주판 2006년 12월 1일 자 A8면에 실린 칼럼기사입니다.
기사는 http://ny.koreatimes.com/article/articleview.asp?id=352471 을 클릭하시면 직접 갑니다.

Quote

불과 몇주전만 해도 온 산야가 불붙는 듯 타오르더니 이제는 나무들도 옷을 다 벗어 젖히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따라 날씨도 건조해서 발밑에 밟히는 낙엽소리가 산행하는 나그네에게 더욱 정다웠다. 그동안 블루 트레일로만 많이 다녀서 블랙 트레일을 택했다. 블랙 트레일은 산능선을 타고 여러 봉우리를 거치는 코스라 시야가 탁 트인 것이 경치를 완상하기에는 그만이어서 지난 겨울 토요일마다 즐겨 찾던 코스이기도 하다. 몇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오찬 나눌 장소를 찾으며 가던 길이었다. 동행하던 오목사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 여기 나무 좀 보세요. 참 희한하게 자라다 부러졌군요.”

산행을 하며 나무가 부러진 모습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이 나무의 경우는 특이했다. 큰 바위에 너무 근접해서 자라다 보니 둥치가 제법 굵게 자라기는 했는데 지면에서 1미터정도에서 바위가 나무둥치의 반이상을 먹어들어서 그 부분만 가늘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에 사정없이 부러져 나딩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나무가 쓰러진 근본적  원인은 애초부터 너무 바위에 근접한 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나무가 팁?어릴 적에는 바위 덕분에 산정에 몰아닥치는 바람에도 타격을 덜 입고 그런대로 잘 자랐지만 위로 뻗어나가면서 둥치가 굵어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산정이라 북풍한설이 몰아치곤 하기 때문에 바위쪽으로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상태로 둥치가 굵어지면서 바위와 닿은 부분만큼은 둥치가 먹힌 상태로 자란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무는 계속 뿌리에서 물을 받아 위로 옆으로 가지를 뻗다 보니 그 무게를 감당할 길이 없이 제일 연약한 부분 즉 바위에 먹힌 부분이 여지없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이 나무를 보면서 내 마음에 떠오른 것은 한인사회의 치맛바람 현상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이나 대도시에 국한되었던 현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나라 전역에 만연했다. 치맛바람의 대상은 주로 아들들이다. 유치원 때부터 엄마들이 아들의 삶에 발벗고 나서서 아이가 스스로 설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아들의 삶을 간섭하는 것이 엄마의 삶 자쳬가 되어 버린다. 문제는 다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엄마의 극성스런 간섭 속에 자란 아이가 과연 험한 세파에서 꾿꾿이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가?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부모의 간섭이 지나치다 보면 자녀는 스스로 서기를 거부하고 항상 의지하는 타성이 붙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간섭 즉 보호에 익숙해져서 그 속에 안주하게 되고, 급기야는 바로 그것이 약점이 되어서 세파가 조금만 심해져도 무참하게 뚝 부러지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기억하시라. 자식을 망치는 것은 엄마의 치맛바람이란 것을. 아무리 내게 귀해도 머지 않아 세파 속에 홀로 서야 할 인격체이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띄워서 자녀를 훈계로 키워야 한다. 그리하면 둥치가 고르게 올라간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라서 왠만한 세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동량감으로 자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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