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7) 하나님 좀 쉽게 하십시다 - 2003년 Nyack College 교수시절
“4월은 잔인한 달.” 옛날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구절로 나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9년이란 긴 세월을 학교에서 교수로 가르치며 파트 타임으로 진행했던 신학박사 학위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화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논문 마감기일인 금년 1월 15일에 논문을 제출하고 웨스트 민스트 신대원의 두 담당교수의 승인은 받았으나 마지막 단계인 외부학자의 검증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내용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고 학위수여 승인시한인 4월 1일까지도 나의 논문을 읽을 외부학자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 경우 십중팔구는 또 1년이란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린다고 해서 그 다음 해에 외부학자가 승인한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너무 오래 세월을 끌다보니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형편이라 또 1년을 넘긴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피를 말리는 기다림 끝에 4월 2일 시한은 넘었지만 이 방면의 세계적 권위자인 모이쉐 실바 박사가 논문을 읽어 주겠다고 통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단 외부학자는 결정되었으나 또 한 가지 문제는 출판용 논문 제출시한인 5월 1일 이전에 실바 박사가 읽고 논문을 승인하는 단계와 승인된 논문을 놓고 관련된 모든 학자 앞에서 구두로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논문을 방어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과연 1개월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가였다. 다급해진 학교측은 일단 실바 박사가 논문을 승인할 것이란 가정 하에 4월 29일로 구두발표와 방어날짜를 확정하였다.
실바 박사가 논문을 승인하였는지 거부하였는지에 대한 통보도 없이 잔인한 4월도 거의 다 가고 29일이 되었다. 그러나 9년 동안 웨스트 민스트 신대원 가는 길을 동행했던 아내와 29일 턴파이크를 지나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의 마음은 기이하게도 평온했다. 비록 긴 세월 온갖 어려움 가운데 진행하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이 일을 주장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심을 믿는 믿음이 있었기에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루어 주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과정을 거쳐가는 입장에서는 왜 만사가 이렇게 어렵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항상 있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실바 박사는 이미 나의 논문을 승인하셨다. 1시 반에 시작한 방어가 예정보다 빨리 2시 40분에 끝나고 회의실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짧은 2분도 잔인하고 긴 시간이었다. 남들은 이미 1개월 전에 방어까지 다 끝내고 한 달이란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출판용 논문을 준비해서 5월 1일까지 제출하면 되는데 나는 불과 이틀만에 밤잠을 설치며 출판용 논문을 준비해서 제출해야 했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왜 이리도 하나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연단하시는가?"
내 인생에서 슆게 이루었던 일은 한 가지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지난 9년 동안 수십 번 이상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외쳤던 말이 있다.
"하나님 좀 쉽게 하십시다." (Lord, Give me break!)
잔인한 4월이 가고 어제 5월 1일 출판용 논문을 제출하러 학교로 가는 길은 한 마디로 꽃길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잔인한 4월이 있었기에 5월 1일의 기쁨과 보람도 더욱 컸다. 9년을 억누르던 짐을 벗고 나니 왜 이리 몸과 마음이 가벼운지 절로 찬양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롬 8장 28절).
맨하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