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진태 목사 (얼라이언스 신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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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가 잠든 어두운 밤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과 염려에 난파된 배처럼 노심초사하느라 잠을 빼앗긴 적이 많다. 특히 학교사역과 학위마무리 두 가지 격무를 안고 살아온 지난 10년 동안이 그러했다. 우리의 인생에 미해결의 큰 문제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우리의 삶을 온통 삼키려 할 때 어느 누구도 당당하게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자 없을 것이다.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Lord of the Rings" (한국명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을 감상하면서 관심있게 본 것도 이 작품이 사우론이란 막강한 문제에 대응하는 지도자들의 태도를 통해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사우론의 음모에 전전긍긍하며 노심초사했다는 사실이다. 곤도르의 왕위대행 데네도르는 노심초사가 지나치다 못해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 사우론의 군대가 밀려왔을 때에 대항할 생각조차 않고 죽은 큰 아들 보르미르만 부른다. 사실 이는 데네도르의 문제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흔히 직면하는 문제이다. 노심초사하는 것 자체를 가지고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노심초사가 지나쳐서 데네도르처럼 절망 가운데 침잠하면 그것이 진짜 큰 문제이다. 왜냐하면 절망은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도르에 이는 암운이 점차 짙어가듯 문제는 더욱 확대되어 겉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성경은 "너희 모든 염려를 주께 맡겨 버리라"고 했다. 이 말은 문제를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고 문제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심초사로 말하면 신의 반열에 가까운 간달프와 곤도르의 왕손 아라곤과 호빗 프로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다가오는 미증유의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강구하고 온갖 위기를 무릅쓰고 사명을 완수함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해야 해결책이 나오며 문제의 해결책은 예상외로 간단한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원작자 톨키엔은 작품의 결정적 위기를 두 가지 상징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하나는 쉴 새없이 온 세상을 살피며 막강한 악의 군대를 끌고 악의 음모를 꾸미는 가공할 모습의 사우론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사우론의 모든 권능을 농축한 "반지"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문제의 핵심인 사우론의 권능을 농축한 반지를 없애야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반지를 없애는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반지가 만들어졌던 모도르의 용암 속에 던져 넣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의 뿌리를 찾아 파헤치면 거기에 해결책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와의 투쟁에서 승리한 자이다. 톨키엔은 반지를 없애는 사명을 프로도라는 세상사람들이 보기에는 덩치도 가장 작고 단순하고 소박한 촌부에게 맡겼다. 신의 반열에 속한 간달프와 왕손 아라곤 등 걸출한 존재들을 제쳐두고 왜 프로도가 선택되었는가? 진짜 영웅은 외양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명감에 불탄 나머지 내면에 밀려드는 탐심을 극복하는 존재만이 반지의 위력을 견뎌 낼 수 있고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데네도르인가, 아니면 프로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