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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일자 한국일보 미주판 A13면에 실린 칼럼기사입니다.

2005년 1월 23일
제목: 카슨을 보내며
필자: 김진태 목사 (얼라이언스 신대원)

1992년 은퇴할 때까지 만 30년동안 미국의 톡쇼계의 거물이었던 쟈니 카슨이 1월 23일 79세로 사망했다. 사실 카슨이란 존재는 미국문화에 젖지 않았던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수수께끼같은 존재였다. 매일 밤 NBC에서 방영되던 심야 프로인 톡쇼에서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작달막한 사람이 한 마디 할 적마다 시청자들은 환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보고 필자는 참 미국사람들의 취미는 별나구나 생각하곤 했다. 카슨이 죽고 나니 매스콤마다 카슨을 기리는 기사와 뉴스를 특종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카슨의 은퇴 톡쇼 에서 한 말을 되풀이해서 들려주었다. “톡쇼는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요. 30년의 쇼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며 진행했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왜 이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는가? 바로 이 말이 미국인들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즐기는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직업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던 일을 택해서 즐기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같은 갑부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바로 사업을 일구는 짜릿한 쾌감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 한국인들, 특히 우리 또래 이상 산 한국인들의 인생관에는 너무 부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왜 사냐면 웃지요”라는 시귀도 겉으로는 달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각박한 삶속에 체념한 모습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어릴 적에 흔히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아이구 무슨 낙이 있습니까? 그저 죽지 못해서 살지요.” 학교나 직업을 택하는 것도 자신의 은사나 취향에 따른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택하곤 할 뿐 아니라, 심지어 결혼마저도 치밀한 계산속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각박한 인생을 살기야 나도 마찬가지이다. 반 백년의 인생을 돌아보니 즐겼던 세월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란중에 나서 그저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인생이 대다수 우리또래들의 현실이었으니 이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에 와서 지낸 24년여의 인생도 별로 나을 것이 없었다. 거울 속에 비췬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과연 이것이 전부인가 묻게 되었다. “내 주어진 인생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내 모습을, 내 아내를, 내 자식들을, 내 직업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가?” 그래서 이제는 즐기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지난 주에는 미국와서 처음으로 백화점에 가서 코트 두 개를 샀다. 하나는 본인용이고 하나는 아내용이었다. 불요불급한 물건은 절대로 안산다는 원칙을 오랜만에 범한 결과는 너무도 긍정적이었다. 자주색 코트를 입은 아내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행복했고 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풍성해졌던 것이다. 내친 김에 엊그제는 직장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데리고 조용하고 격조높은 쇼핑몰에 가서 함께 걷기도 하고 음식도 사먹었다. 비록 카슨이나 조단같은 인기인은 아니지만 삶에 쫓기지 않는 한가한 마음으로 갖는 작은 행복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또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 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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