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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년 6월 21일 자 한국일보 미주판 종교난 A 13 면에 실린 칼럼기사입니다. 인터넷판은 아래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y.koreatimes.com/articleview.asp?id=252408

quote

내 일생에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화 두 개를 대라고 한다면 "벤허"와 "쿼바디스"이다. 특히 벤허는 여러 가지로 신기원을 세운 명작이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인 루 월러스의 두번째 문단데뷰작인 원작부터가 19세기 미국의 베스트 셀러였을 뿐 아니라 세계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서 전세계에 소개되었다.

월러스가 1880년 벤허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역사소설류는 한 물 가고 사실주의적인 픽션물이 인기를 끌던 시대였다. 그러나 벤허는 이러한 경향을 역류시켰다. 벤허와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끈 쿼바디스의 작가 셍케비치도 벤허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쿼바디스를 쓰게 되었다. 소설로서의 벤허의 인기는 대단해서 1899년에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고 1907년, 1925년, 1959년 세 번에 걸쳐 영화화되었다. 우리가 아는 영화 벤허는 바로 1959년에 챨톤 헤스톤이 주연한 영화이다.

거장 윌리엄 와일러가 메가폰을 잡고, 챨톤 헤스톤과 스티븐 보이드가 벤허와 메쌀라 역을 맡은 이 영화는 개봉되자 마자 아카데미 상 12개 부문중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러면 벤허의 인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벤허 영화의 압권은 전차경주라고 한다. 이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예수를 믿고 나서 벤허를 다시 보니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것을 깨달았다. 세 가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들겠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제목이 나오는 첫장면을 주시해야 한다. 왜냐 하면 영화의 주제를 첫장면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벤허의 첫장면에는 큰 글자로 A.D. (기원후) 가 제목으로 나오고 그 밑에 벤허라는 소제목이 나온 후, 세 개의 십자가가 골고다 언덕에 우뚝 선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바로 2천년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이 인류사에 신기원을 가져다 준 장본인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벤허가 아니고 예수님이다. 월러스는 벤허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복음을 전하려 한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장면은 친구인 메쌀라의 음모에 빠져 패가망신하고 처참한 죄수의 몸으로 광야를 개끌리듯 끌려가던 벤허에게 흰옷입은 이가 물을 주는 장면이다. 벤허는 나중에 이렇게 고백한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그 분이 주신 물을 마신 후부터는 갈증도 없어지고 제 몸에서 힘이 항상 차고 넘치는 거에요. 남들은 배밑창에서 몇달만 노를 저어도 다 죽어나가는데 3년이 넘도록 노를 저어도 힘이 쇄진하기는 커녕 더욱 기운이 솟아나는 거에요.”

세 번째 중요한 장면은 3년간의 지하뇌옥생활 끝에 문둥병자가 된 벤허의 어머니 미리암과 여동생이 예수님의 핏물이 섞인 비를 맏고 나음을 받는 장면이다. 예수님이 운명하신 후 하늘이 갈라지고 천둥번개를 수반한 폭우가 쏟아지는데 창에 찔린 그 옆구리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빗물에 섞여 온 땅을 적시는 장면을 보노라면 가슴속에서 치솟는 눈물을 금할 수가 없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가 문둥병같은 우리의 죄를 다 속해주심으로 이제 믿는 자는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수를 마시고 영원히 갈하지 않는 축복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이 두 장면에 농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물을 먹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요 4:13-14). 바로 이것때문에 치욕의 십자가가 인류에게 신기원을 가져다 준 영광의 십자가란 말이다. 이를 놓치는 사람은 벤허의 진수를 아직도 맛보지 못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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