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숨 토해내던 여름도 가고
새벽기운 이마에 서늘한 이즈막
머무른 곳에서 드러내신
저마다의 고운 빛자태
골목어구 멀리 섰던 그대
나무잎새마다 핏빛 점점이 흩뿌리시며
눈앞에 다가오던 날
비로소 안 것 하나
이 한 날을 예비하신 당신의 뜻
황금빛 책 갈피 펼쳐 보이시면
선혈 처럼 결결이 새겨진 사랑
젊은 날에는 정녕 모를 성숙의 길
황금관을 쓴 가을 숲을 병풍삼아
그분과 같이 앉아 있는 여유
이 가을 주님께서 내게 차 한잔을 권하신다.
10. 29. 2011
유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