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by 유명자 posted Jan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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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

돌아오소서 벗이여
먼 곳에서 땅이 풀리고
발 묶였던 섬들이 돌아오는데

하얗게 일어서는 분노의 거품
얼음조각 토해내는 겨울바다

목이 쉬도록 울던 새들도 쉴 곳을 찾아
한 줄 짧막한 인사도 없이 떠나고
비인 제방 둑엔 살에이는 바람 뿐

땅속 깊이 묻어두신 약 속의 씨앗처럼
어느 날 꽃망울 터치며 기쁨의 종소리 흩어 보내시려고
이제는 인종의 발끝으로 얼음 속을 딛고 섰나이까?

하나의 문의 닫히면 새로 열리는 또 다른 문
벗이여, 빛을 이고 들어오소서

겨우내 비워 둔 자리마다
환한 등촉 켜들 듯
초록 깃대 세우듯
우리의 아픈 소원들이 아들 딸 앞세우고
가득 풍성할 그날 처럼

바다 끝까지라도 가 있을 그대들의 새벽이면
먼 빛으로 그리던 항구
머지 않아 얼음의 결박도 풀리는 때
성난 바람 더운 가슴으로 받으며
돌아오고 돌아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