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내 일과 중 하나는 근처 플랫 록 네이쳐 센터의 숲을 거니는 것이다. 길게 가면 2 시간 정도 하이킹 길이라 하루 운동으로는 아주 적합하다. 요사이 숲 산책의 화두는 단연 매미이다. 나무마다 매미 허물로 온통 도배를 했다. 이제 삶을 마친 매미 성충들이 길을 온통 덮고 있다. 2 주 전까지만 해도 허물을 갓 벗고 날개 달린 성충으로 용자를 뽐내며 온통 귀가 멀 정도로 우렁찬 노래를 불러 대더니 그새 암수교미를 끝내고 삶을 마친 것이다. 숲을 거닐면서 항상 마음에 의문이던 것이 있었다. 길바닥에 꼭 굵은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구멍이 어찌나 많은지 꼭 마마로 얼굴이 얽은 사람의 모습 같아서 개미굴인가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주위에 개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17년간 유충으로 땅속에 살던 매미가 지상으로 올라 오려고 뚫은 턴널이다.
참 매미란 곤충의 삶도 별나다. 교미를 끝내고 수정을 받은 암컷이 나무 가지에 구멍을 내어 알을 수백개 낳으면 그 알이 부화해서 유충이 되자 마자 땅으로 떨어져 땅속으로 들어가면 무려 17 년간이나 땅속에서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 먹으며 자란다. 이 때 뚫고 들어가는 깊이가 얕은 것은 30센티, 깊은 것은 무려 2.5 미터까지 된다고 한다. 17년의 지하생활 후 다시 구멍을 뚫고 땅 위로 나와서 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 수액을 먹는다. 땅 위로 올라 와서 생존하는 기간은 약 한 달인데 이 기간이 가장 생산적인 기간이다. 매미의 유충은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성충으로 변화한다. 일단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짝을 찾아 교미를 하는데 이렇게 짝을 찾는 방법이 바로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소리로 숫놈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매미 소리는 모든 곤충 중에 가장 큰 소리로 120 데시벨까지 된다고 한다. 사람의 귀에 대고 울면 영구적인 귀머거리로 만들 정도라니 대단하다. 2주전 숲 근처에 왔을 때, 나는 어디서 큰 사고가 나서 비상벨이 울리는 줄 알았다. 숲이 온통 매미 울음소리로 몸살을 앓았다.
매미의 삶을생각하며 나는 우리의 삶을 생각했다. 17 년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땅 위에 올라와서 성충으로 지낸 기간은 불과 1 달 밖에 되지 않는다. 1 달의 삶을 위해 17 년을 준비한 것이다. 우리의 삶의 자세는 어떠한가? 매미처럼 오랫동안 준비의 과정을 거치는가? 아니면, 인격도, 교육도, 훈련도 되지 않은 채 그저 기회만 찾아 헤매는 군상 가운데 하나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