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가 잘 자도록 하려고 길오트네 개를 밖에다 내놓았더니 이 개가 밤새 어찌나 심하게 짖어대는지 잠귀가 예민한 내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거기에다 길오트가 대접한다고 내놓았던 것이 홍차였는데 그걸 모르고 널름 다 받아 마신 어리석은 소치로 잠을 못 잤다. 밤새 뒤척이다  6시도 되기 전에 잠자기를 포기하고 일어나서 이멜도 점검하고 온라인 강의 밀린 부분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7시반이 되었다. 아침운동을 좀 하고 나니 길오트가 양고기 수프를 새로 끓여 내왔다. 거기에 양고기 삶은 것도 내왔는데 함께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음식솜씨가 프로인지라 무얼 만들던지 맛이 입에 맞는다. 수프 그릇을 내 앞으로 당기다가 약간 엎질렀더니 길오트가 이렇게 얘기한다. “손님이 국을 엎지르면 집에 복이 온답니다.” 몽골인들이 가지고 있는 손님을 고려하는 발언같다. 국을 엎지른 손님이 무안해 할까 봐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다. 

식사를 하는데 길오트가 오늘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라고 한다. 몽골의 진미로 꼽히는 것인데 들에 땅굴을 파고 사는 토끼 크기의 타르박이란 짐승을 요리하는 것이다. 이 짐승은 흑사병을 옮기는 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몽골 정부에서 사냥하지 못하게 금지한 동물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몰사시킴으로 봉건군주제의 몰락을 초래하고 노동자의 값어치를 올려 자본주의를 도래하게 했던 주범도 바로 타르박이 퍼뜨린 흑사병이다. 몽골군대가 유럽군대에다 타르박이 퍼뜨린 흑사병에 죽은 시체를 무차별 날려 보내어 이 때문에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으니 인류의 역사의 물줄기를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게 한 귀여운 주범이다. 그래서 불법으로 사냥하면 마리 당 80불의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함부로 잡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값이 미화 20불에 상당하는 이 곳 사람들 기준으로는 거금이다. 목만 댕강 자르고 그 틈으로 불에 달군 돌을 여러 개 넣고 끈으로 목을 꽁꽁 묶은 후 개스 불을 쏘아서 오랫동안 달구어서 요리를 한다. 그리고 식탁으로 가지고 와서 칼로 배를 가르고 돌을 끄집어 낸 후 고기를 잘라서 가장 좋은 부위를 먼저 상석에 있는 손님에게 드리고 온 식구가 나눠 먹는다.

아침 식사후 현재 교회로 사용하기 위해 수리 중인 아파트로 가려고 길오트와 함께 나섰다. 어제 고생을 한터라 임선교사께서 가지고 오신 내복을 껴입고 두터운 바지와 상의를 걸친 후 판초우의까지 입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어찌나 추운지 절로 몸이 움치려지는데 바람은 어찌나 센지 판초우의가 다 날려서 입어나 마나이다. 어제는 빗속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제대로 주위를 둘러 보지 못했는데 오늘 나와서 보니 아파트 단지 규모가 제법 크다. 좌우사방으로 펴져 있는 아파트 동수만 해도 10개는 족히 되어 보인다. 건물마다 난방용 배관과 상하수도 배관이 제대로 되어 있어서 살만한 곳이다. 그러나 문에는 유리가 없어서 피난민촌을 연상시킨다. 러시아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건물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는 갖추되 아무 장식이나 안락함도 볼 수 없는 삭막한 구조이다. 서구문화와 러시아문화의 차이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교회로 사용할 아파트는 러시아 인들이 건설한 광산촌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가는 길에 아파트의 중앙통제 건물과 서비스 건물을 지나갔다. 중앙에 보니 근사한 타워가 하나 있는데 높이가 아파트 높이에 위에는 러시아 국기에 나오는 낫과 망치 모형이 한 면에 다른 한면에는 몽골국기에 나오는 문양이 있다. 러시아와 몽골이 형제 함께 화합하는 것을 상징하는 타워인 것이다. 한 아파트 동의 벽에는 큰 글씨로 1983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도 이 광산촌이 러시아 인들에게 의해 건설된 해를 나타내는 것이리라. 러시아인들이 몽골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이 1989년이니까 광산촌에 러시아인들이 완전히 입주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철수한 것이다. 광산에서 러시아인들이 과거 사용하던 1톤짜리 화차 두 대가 입구에 버려져 있고 광부의 두상을 조각된 소규모 탑이 서비스 건물 앞에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600kg  중량의 석영원석 덩이가 있어서 그 위에 손을 얻고 사진을 찍었다. 이걸 가지고 가면 엄청난 돈이 된다고 사는데….

교회건물은 아파트 입구 들어가지 마자 1층에 위치해 있어 교인들이 출입하기 용이하다. 길오트 자매가 자비로 미화 2천불 정도로 구매해서 교회로 사용하기 위해 중간벽들을 모두 허물고 외벽 창문도 통째로 교체했으나 세부공사는 아무 것도 진전이 없다. 임선교사께서 지금까지 미화 500불에 해당하는 자재를 지원했는데 아무래도 현금지원도 그 정도 더해야 할 것 같고 자재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것 같다. 길오트처럼 희생적이고 열성적인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이런 사람을 도우면 엄청난 교회부흥으로 발전한다. 한동안 교회내부를 돌아보며 어떻게 공사를 진행하면 좋을지 협의하다가 나와서 길오트 부모님이 사시는 집을 심방했다.

나무로 담장을 치고 그 안에 성냥곽만한 집을 땅위에 얹어 놓았다. 왠 개는 그렇게 많은지? 5마리나 모여서 우리를 쳐다 보는데 영 기분이 찜찜하다.  가운데는 작은 아들이 손수 조립했다는 난로가 있고 옆에 침대 하나 있는 것이 다이다. 길오트의 아빠는 1947년 9월 7일생인데 그 이름이 네몽조이다. 이름의 뜻은 몽골어로 800이란 뜻인데 그 유래가 재미있다. 네몽조의 생일이 마침 모스코바 시의 800주년 기념일이라 네몽조의 출산을 도운 러시아인 산부인과 의사가 네몽조 (네몽 = 8; 조 =100)라고 지은 것이 그대로 이름으로 굳은 것이다. 37년간 운전하다가 은퇴했는데 매월 50만 뚜구르 (미화 약 300불)의 연금을 매월 정부에서 받는다고 한다. 초봉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니 이 동네에서 적은 금액이 아니다. 양도 친다고 하니 재정이 제법 든든한 양반이다.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지만 길오트의 사역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주시는 좋은 아버지이다. 우리가 가니 소고기를 수북하게 담아서 대접하셔서 또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기만 먹다 보니 벌써 변비증세가 왔지만 어떡하랴. 주는 대로 잘 먹는 것이 선교사 수칙 1호인 것을.

길오트의 부모님 집에서 떠나 다시 길오트의 아파트로 돌아오니 명희 선교사 빨리 카메라 가지고 부엌으로 오라서 손짓한다. 왜 그런가 해서 가보았더니 좀 흉측하게 생긴 고기 덩어리가 도마에 놓여 있다. 그게 타르박 한 마리 잡은 것이라 해서 사진을 찍었다. 길오트는 아까부터 교인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는데 1시간 정도 떨어진 광산에 가서 일을 하기 때문에 모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왠 자매가 집에 뛰어 들어왔다. 누군가 했더니 길오트의 배다른 여동생이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가끔씩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자매인데 남편이 타르박으로 잡아서 팔아 산다고 한다. 그런데 타르박을 잡아 얼린 것을 15마리가 들고 와서 부엌에다 늘어 놓았다. 얼마 있으니 왠 남자가 들어오고 좀 있으니 또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사연인 즉 타르박을 사려고 몰려 온 사람과 길오트가 초청한 친척들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들 혈연으로 매여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가 저녁식사하던 중이라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길오트가 준비한 스파게티를 함께 먹고 있는데 네몽조가 특별히 요리한 타르박이 도착했다. 타르박을 사려고 왔던 남자와 두 부부와 자매 두 사람도 함께 타르박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길오트가 “손 복음”란 작은 책자를 나눠주고 임선교사와 함께 복음을 제시했다. 복음을 제시하며 길오트가 어떻게 내게 안수받고 신장암의 치유를 받았다고 얘기한 후 안수를 받고 싶으면 나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전도할래도 꿈쩍도 않던 여동생부터 먼저 정신을 회복하도록 안수요청을 해서 기도했다. 그 후 남편 칭게의 매제가 두통을 호소하며 안수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이 남자도 그동안 그리도 완악하게 교회에 나오기를 거부했던 남자였는데 이렇게 안수기도를 요청하니 길오트가 기겁을 할 정도로 놀라워했다. 어제 절도죄로 감옥에서 갖 출옥한 남자라니 나중에 나도 놀랐다. 또 한 부부는 애기를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해서 부부를 모두 앉히고 동시에 안수기도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에게 안수기도를 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제대로 교회를 나왔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무릎을 꿇고 예수 이름으로 안수기도를 받았다는 사실이 길오트를 감격하게 했다. 몽골남자들은 절대로 다른 사람 앞에 무릎꿇지 않는다.  작년에도 비슷한 체험을 했는데 우리가 가는 곳마다 주님을 완강하게 거부하던 영혼들이 기꺼이 주님앞으로 나오곤 한다. 오늘 밤 일어났던 역사도 누구도 예상 못한 놀라운 일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예상을 초월해서 항상 역사하신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런 작은 일을 통해서 엄청난 축복을 예비하고 계셔서 우리로 하여금 감격하게 하신다.  길오트의 정신없는 여동생이 타르박 15마리를 이 집에 가지고 옴으로서 이 사건을 일어나게 하신 하나님은 길오트가 지난 수년동안 걸려서 노력해도 교회에 나오기는커녕 핍박하던 친척들을 모두 주의 종에게 안수기도까지 받게 하심으로 길오트의 노력에 보답하셨다. 나는 다음에 이 곳에 다시 왔을 때에는 이 사람들이 이 교회의 주축교인이 되어 이 지역을 변화시킨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