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이르틴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니 한결 개운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몇 시인지 감이 안잡힌다. 그래 아침운동을 하고 나서 양치하고 세면을 하고 나니 어디선가 단체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크게 들린다. 주일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노래하는 가 했더니 모든 학교들이 오늘 입학식을 하느라 아이들이 식순으로 노래를 하는 소리라 한다. 하필이면 주일 아침에 입학식을 하고 학교가 열리는지 참 황당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또한 러시아 지배의 병폐 중 하나이다. 러시아 볼세빅 혁명이 들어서면서 종교는 아편이라고 외치는 공산주의자들이 일부러 주일에 학교를 열게 한 것이다. 그렇게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방해하며 집요하게 교회를 핍박했는데 그것이 몽골에도 전파되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는 휴일의 개념이 아예 없다. 그러면 항상 열심히 일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항상 휴일처럼 개판치는 세상이다. 일을 시켜도 안심을 할 수가 없다. 항상 적당히 시간이나 떼우는 술주정뱅이들이니 시키는 사람이 울화가 터진다. 임선교사 아파트는 이상하게 전기가 수시로 나간다. 다른 아파트는 멀쩡하고 휴즈가 나가지 않았는데 거리의 메인 라인에서 전기가 끊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전기가 나가서 전화로 고쳐 달라고 연락을 하는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외국인이 아무리 고함을 쳐도 끄떡도 않는 것이 몽골의 실정이다. 벌써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어 사람을 부르면 고치고 가는데 그것이 며칠이 가지 않는다. 오늘 아침 예배를 드린 이르틴의 우리 센터가 있는 지역은 주로 러시아 동광산 기술자들이 천여명 사는 아파트가 밀집된 곳이다. 한 아파트 벽에는 맑스의 얼굴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그려져 있고 그 밑에 “맑스의 가르침은 진리이며 옳은 것이므로 가장 강력한 능력의 가르침이다”라고 대문짝만한 글씨로 새겨 놓았다. 어찌 그리도 예수님을 맑스로 바꿔 놓았는지 구절구절이 성경구절에서 따온 것 같다. 공산주의가 얼마나 사악한 종교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러시아 인들이 지은 아파트와 공장에서 러시아 인들의 정신을 계승받아 존재하는 나라, 그러나 또한 물질문화에 눈을 떠 서구의 자본주의의 단물 맛을 알아 낭비와 허영이 난무하는 나라, 그 이면에는 소수의 극부와 대다수의 극빈이 공존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헤매이는 나라, 세계 10대 자원부국이지만 스스로 개발능력이 없어 외국의 투자와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나라, 인구가 290만 밖에 되지 않아 자체산업을 육성할 수 없는 나라, 그러다 보니 의존할 수 밖에 없으나 외세의 침습을 꺼려서 투자를 제한하는 나라, 참 여러 가지로 복잡한 나라의 현실이다. 러시아의 병폐는 주일타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인들이 보드카 먹는 법을 가르쳐서 항상 보드카에 젖어 사는 남자들이 거리를 아침부터 뒤덮고 있다. 몽골인들에게 제일 인기있는 술이 바로 보드카이다. 작년 임선교사가 파이프가 새서 용접일을 맡겼더니 아침부터 술이 만취가 되어 나타나 용접기를 들고 용접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딜 가나 어느 가정을 방문해도 알코올중독자가 있다. 비렠호트에서 만났던 남자들이 하나같이 알콜중독자였다.
이들에게 예수를 전하고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이들을 알코올중독에서도 해방시켜 주셨다. 길오트의 시아주버니인 바양뭉크가 그 좋은 예이다. 또 한 가지 러시아의 병폐는 전당포에서 쉽게 고리로 돈을 빌려서 향락용으로 낭비하고 평생 빚에 묶여 살아가는 군상들이 도처에 즐비한 것이다. 그래서 몽골 어디를 가도 전당포는 도처에 있다..
2013.09.01 12:00
2013년 9월 1일 이르틴에서 주일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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