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목도 아프고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제 쉬브곱을 다녀와서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었다. 그래 어제 밤도 무거운 머리를 안고 겨우 눈을 붙였는데 6시에는 어김없이 명희선교사의 얼람이 밤새 열로 들뜬 내 귀를 긁어댄다. 어찌 어찌 더 자려고 버벅대는데 40분후에 또 얼람이 울린다. 마지 못해서 무거운 몸을 일으키니 두통과 목아픈 증세가 보통이 아니다. 오늘은 울란바타르에서 어제 자정이 넘어 한국에서 온 김용호 전도사와 함께 네 사람이 15시간동안 함께 열차로 자밍우드로 가는 날이라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마음도 급하고 내 몸은 쉬라고 비명을 질러 대는데도 두 선교사님들은 내 사도행전 강해에 목말라서 한 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미 오기 전부터 약속을 했으니 하다가 죽어도 해야지. 나는 목도 아프고 죽을 지경인데 말씀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은 또 다른가 보다. 어찌 그리 잘 받아먹는지. 이럴 때는 참 밉상이다. 좌우간 목사는 죽어도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선배목사님의 말이 생각이 난다.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좀 휴식을 취하리라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명희선교사가 어딘가에서 온 전화를 받더니 하는 말이 오늘 아침 9시까지는 게스트 하우스를 비워야 다르항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오는 두 선교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부랴 부랴 아침식사를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바리 바리 짐을 꾸리었다. 자밍우드에서 돌아오면 그 날 밤 출국해야 하므로 짐도 대략 다 꾸려놓았다. 짐을 꾸리는데 보니 명희선교사가 왠 베게를 하나 챙긴다. 가는데마다 베게는 있는데 그걸 왜 챙기냐고 했더니 그거 없으면 잠이 잘 안온단다. 나이를 먹어도 한참 먹은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살 배기 아가씨나 하는 일을 하네. 다른 짐이야 모두 가방에 때려 넣을 수 있는데 이 베게라는 물건은 따로 손에 들어야 하니 우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골치거리인데 그걸 꼭 들고 가야 한다나. 아무튼 이 베게를 잊어먹고 나오는 바람에 다시 호텔로 뛰어가는 사태가 또 발생하게 된다. 그건 차후의 일이고. 짐을 바리바리 꾸렸는데 그새 또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명희선교사가 상황이 또 바뀌었다고 9시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완전히 무어 훈련하는 듯하다. 그래 다시 숨을 돌리고 있다가 오전 11시에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서 CAMA에서 운영하는 UBean Coffee House로 갔다. 목도 안 좋고 해서 평소에 안 마시던 커피를 시켰더니 가져오는데 보니 잔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몽골인들의 기호에 맞춘 탓인가 보다. 거기에다 얼마나 진한지 조금만 마셔도 정신이 번쩍 든다.
UBean은 세계 여러나라 생산지에서 수입한 커피 원두를 나름대로의 비법으로 섞어서 커피를 직접 제조해서 몽골 도처에 판매하기도 하고 울란바타르 가게에서 직접 팔기도 한다. 우리는 CAMA의 준직원이라 반값으로 사먹지만 가격이 몽골사람들이 사먹기에는 매우 고가이다. 다른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UBean에 부탁해서 거기서 요리해 준 텍사스 식 칙킨 수프로 점심을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