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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9 세미나 첫날 - 이르틴 사역

 

오늘은 세미나 첫날이다. 준비해온 자료가 모두 한국어로 되었는데 정작 통역사는 한국어는 모르고 영어는 아는 사람이라 모든 자료를 다시 영어로 번역하고 파워포인트로 전환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새벽 3 30분에 기상해서 4시간 반을 강행군한 끝에 오늘 몫을 모두 준비하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타락 (요구르트) 그릇이나 비우고 전병 2, 미숫가루 , 커피 잔을 했으니 간단한 아침식사가 아니다. 아무래도 세미나 첫날이라 복장을 목사답게 하려고 목사용 Clergy Shirt 입었더니 선교사 사모께서 당장 갈아 입으라고 하셨다. 언제 경찰에서 조사 나올지 모르는데 외국인 그것도 목사 푯대를 내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에서 사서 가지고 등산용 셔츠를 입으려 했더니 그건 색깔이 빨간 색이라 안된다고 하셨다. 빨간 색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선교사 부부가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오는데 그렇게 색깔도 후줄근하고 촌스럽게 보였던지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곳에서는 현지인과 묻혀서 표가 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촌스러운 것이 은혜로운 것이다." 선교를 제대로 하려면 이러한 파라다임 쉽트부터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색깔의 티셔츠를 입고 위에 허름한 외투 걸치고 세미나 장소로 출발했다. 현지 실정을 모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침 9 15분에 근처에 위치한 세미나 장소인 센터에 도착하니, 지도자들은 이미 새벽부터 모여서 자체적으로 말씀공부를 하고 있었다. 기차로 30시간 거리인 자밍우드에서 지도자 5, 4 나와 선교사가 18시간을 운전해서 갔던 훕스굴에서 지도자 2,  기차와 버스로 2 거리인 아르항가이에서 지도자 2, 근처 딘지에서 지도자 3, 이르틴에서 지도자 2 도합 14명의 지도자들이 모였는데 분들이 곳까지 오느라 수고한 흔적이 입은 옷에 그대로 보였다. 믿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분들이 교회를 세우겠다는 열정으로 세미나를 참석하기 위해 가사를 제쳐놓고 달려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숙연해졌다. 지도자 가운데 남자는 사람 밖에 없고 모두 자매이다. 자매들이 인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처음에는 당혹했다. 러시아식 인사로 포옹을 하고 얼굴을 비벼 대는데 어찌 박력이 있던지.... 몽골 사회의 특색을 그대로 나타낸 모습이다.  참석한 지도자 가운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녀가 사람 있는데 어쩐지 얼굴이 눈에 익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4 곳을 방문했을 심방했던 가정에서 바담이었다. 꼬마였던 아이가 벌써 성장해서 처녀 티가 났다. 들으니 교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언니인 이르틴 칙칙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는데 동생인 바담이 이제 교회의 지도자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다. 남매인데 부모는 게르에 불이 나서 죽고 할머니 댁에 와서 살고 있었다. 소문에는 예수 믿는 집이라고 이웃에서 불을 놓아서 태워 죽인 것이라 했다. 지금은 예수 믿는다고 해도 핍박은 없는 상황이지만 선교사네가 8 전에 곳에 교회를 세울 때만 해도 핍박이 많았다. 사실 들어보면 곳에서 교회를 섬기는 분들 치고 기막힌 사연이 없는 가정이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보니 하나님께서 이들을 사용하셔서 일을 이루신 자취가 보이고 이제 가정마다 복을 받기 시작해서 형편도 호전되고 있다고 하니 기쁠 밖에 없다.

 

오전 9 30 선교사께서 경건의 시간을 인도하신 오전 10시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통역을 맡은 분이 방면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강의가 진행되었다. 통역을 맡은 틱셰는 나이가 40 정도의 호남인데 은행장으로 근무하다가 은행이 도산하면서 직장이 없어진 사람이라 했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똥배가 제법 나왔는데 고기와 밥으로 주식을 삼는 몽골 식생활의 영향이라 뭐라 말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분들에게는 정도는 당연한 모습이니까. 인텔리 집안에서 교육받고 신학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몽골교회를 이끌 지도자 감으로 영어를 몽골어로 통역하는 데는 근처에도 제일이라 했다. 이런 곳에 와서 세미나를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좋은 통역을 만나고 통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인데 나는 받은 경우이다. 하루 종일 보수도 받지 않고 기쁨으로 통역사역을 감당하는데 보아하니 본인부터 은혜를 받고 있다. 가능하면 신학교육을 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서서 강의를 진행하는데 속에서 열정이 솟구쳐 올라 열강을 하다 보니 금새 오전시간이 흘러 갔다. 오전에 번의 수업을 끝내고 몽골 만두와 튀긴 소시지로 배를 채웠는데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도 속이 찼다. 역시 고기만두라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야채라고는 구경도 없는 식사였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시간을 쉬지 않고 열강을 하다 보니 눈도 침침해지고 피로가 밀려왔다. 원래는 3 30분까지 예정이었으나 새벽 3 30분부터 기상해서 설친 여파가 만만치 않아 일단 오늘은 수업을 끝내기로 했다. 내일 수업준비를 하려면 꽤나 고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기뻤다. 교육 받는 지도자들의 태도는 정말 모범이었다. 생전 처음 대하는 신학교육이니 얼마나 어려울까? 그런데 분들은 한번 깜짝 않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들으며 노트정리를 하는데 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것이 마디라도 놓칠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식곤증이 밀려올 법도 한데 사람도 졸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외려 함께 참석한 아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눈에 아리다. 시차적응 때문에 고단한 소치이긴 하지만 어째 지도자들 보기가 민망했다. 수업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와서 간단히 체조로 몸을 푸는데 공기가 제법 차서 오래 밖에 있기에는 애로가 있었다. 이젠 몽골도 겨울이 되었나 보다. 얇은 여름바지만 입었더니 아랫도리가 싸한 것이 밖에 오래 있다가는 나게 생긴 날씨이다. 내일부터는 더욱 추워진다는데 제대로 옷을 챙겨 입고 나와야겠다.

 

내일은 치질릭에서 2, 운두르올랑에서 2, 딘지에서 1명이 추가로 도착한다 했다. 유목민들로서 이렇게 장기간을 외지에 와서 보낸다는 것이 보통 희생이 아니다. 특히 지금은 겨울이 다가 오기 때문에 가축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준비를 해야 하는 때라 더욱 그러한데 분들은 모두 복음전파에 최우선순위를 두기에 이런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었다. 배부른 여건에서 예배 드리고 사는 미국과 한국의 성도들에게 분들의 열정을 보이고 싶다. 선교사 아파트에 돌아오니 몸이 녹초가 되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내일 가르칠 내용을 다시 파워포인트로 정리를 하다가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오른 무릎이 어찌나 뻐근하고 아픈지 다리를 디딜 수가 없었다. 평생 오른 무릎에 이상이 있은 적이 없는데 이건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랐는데 한참 주무르고 나니 조금 낫다. 허리가 아픈 것이야 5시간을 서서 강의를 했으니 이해한다 치고 무릎은 탈이란 말인가? 좌우간 몽골 신고 한번 호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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