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 이르틴 주일예배 및 울란바토르 행

 

9월 16일은 주일이라 이르틴 선교교회에서 내가 설교하고 틱샤가 통역해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시작할 때는 자리가 드문드문하더니 내가 설교하려고 강단에 올라서 보니 자리가 꽉 찼다. 딘지 교회에서 온 사람도 있고 자로갈랑 교회에서 온 교인들도 있었다. 두 교회 모두 내가 4년 전 선교여행 왔을 때 임 선교사와 함께 방문해서 교회 개척을 계획했던 곳인데 이제 모두 성전을 사서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당시 와서 방문한 곳이 여러 곳이다. 서쪽 끝에 있는 무룬, 훕수굴에도 교회가 개척되었고 중간에 들러서 샤워 도중 단수가 되어 기막힌 꼴을 당했던 훗다군두루에도 교회가 개척되었다. 지난 4년간에 임 선교사와 성도들이 주축이 되어 개척한 교회가 무려 16개이니 진정 하나님의 은혜이다. 감격스러운 예배로 주님께 영광 올린 후 바로 차를 몰고 울란바토르로 출발했다.

 

울란바토로 가는 길은 벌써 여러 번이라 익숙하여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광활한 평원 위 목초지를 노니는 가축들과 말을 타고 한가한 모습으로 짐승들을 몰고 가는 목동들의 모습이 여행자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천고마비라 했는데 정말 몽골의 9월 날씨를 그대로 묘사한 표현이다. 몽골은 9월이면 벌써 눈이 오기 시작하고 초겨울이라 했는데 이번 날씨는 아직도 늦가을날씨이다.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고 군데군데 흰 구름이 한가히 떠돌고 있었다. 주일이라 그러한지 길을 오가는 차량들이 제법 많았다. 몽골 운전수들이 한국 운전수들을 많이 닮았다. 저마다 어찌 성질이 급한지 우리 차가 차선을 바꾸려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추월하기 여사이다. 그래서 그러한지 오는 길에도 차 사고가 난 현장을 무수히 통과했다. 우리를 바짝 따라 오는 차가 있어 내가 돌아 앉아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보니 차 앞 유리가 돌에 맞아서 갈라진 채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시야가 좋지 않고 위험할 텐데 이 양반들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대뽀 한 마디로 대변되는 몽골 운전수들의 모습이다.

 

특히 눈에 뜨인 모습들은 수시로 지나치는 감자 부대를 잔뜩 실은 트럭의 행렬과 월동을 위해 꼴을 베서 실은 트럭의 행렬이다. 몽골 땅, 특히 울란바토르에 인접한 토양은 감자재배에 적합해서 양질의 맛 좋은 감자를 생산한다. 감자를 수확하느라  온통 뒤집어진 땅 위를 가축들이 새카맣게 덮고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감자를 수확한 후에도 그 속에 남은 감자도 제법 있고 감자 줄거리들이 있어 짐승들에게는 광야에 베푼 진수성찬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광활한 들판 위에 꼭 공동묘지의 묘처럼 촘촘히 꼴을 베서 쌓아놓은 곳이 자주 눈에 뜨였다. 올해는 예년과는 비교가 안되게 여름철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사도 풍년이고 풀도 잘 자랐지만 이런 철에는 겨울이 혹한이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영하 70도가 된다는데 그렇게 되면 가축들이 동사할 확률이 아주 높다. 짐승들을 보호하기 위해 난방시설을 할 수도 없고 속절없이 가축들이 수백만 마리가 얼어 죽는 비극이 다가오는 겨울에 벌어질 확률이 아주 높다. 이런 날씨에 민감한 경험 많은 노인네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난 9월 8일 울란바토르에서 이르틴으로 내려 올 때에도 보았던 다르항 근교의 밀 농사는 특히 풍년을 구가하고 있었다.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끝을 볼 수 없이 넓은데 그 가운데를 John Deer 가 밀을 수확하고 있었다. 한 대에 30만 불이나 하는 장비인데 대부분 미국의 John Deer 제품이지만 가끔씩 러시아 제품도 눈에 뜨인다. 몽골하면 짐승들이나 치는 유목민들이나 있는 곳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면 놀랄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넓은 들판을 새롭게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곳의 영농은 감자농사도 그러하고 밀 농사도 그러한데 아마도 모두가 기업영농일 것 같았다. 강우량이 쌀농사에는 부족하지만 밀 농사에는 아주 적합한 토양이다. 특히 다르항 근교는 밀 농사에 적격이라 한다.

 

몽골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풍경을 접한다. 화장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은 어쩌다가 만나는 식당이나 주유소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그래서 길가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봐야 하는데 남자들은 애로가 적지만 여자들은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방이 훤히 트인 평원이라 어디 가릴 데가 없으니 외국에서 온 여자들은 감히 볼 일을 볼 염두를 못 낸다. 참다 못해 식당에 들러 수태차를 마신 후 간이변소로 가긴 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볼 일을 볼 수 있는 옛날 한국 시골변소 스타일이다. 내 아내는 볼 일을 보겠다고 뒤를 따라서 오더니 고개를 흔들고 가 버렸다. 그래도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 줄 몰라서 하는 행위이다. 나야 시골 출신이라 광야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을 처리할 때에는 어떡하든 다른 운전수들이 내 모습을 보지 않도록 돌아서서 하는데 몽골 남자들은 일부러 운전수들이 보라고 길 쪽을 돌아서서 볼 일을 보는데 왜 눈까지 마주치는지 난감했다. 그래서 왜 그런가 임 선교사께 물어 보니 몽골 사람들의 과거 전쟁습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했다. 원래 약탈과 전쟁이 생활화되었던 몽골인들이라 하시라도 적을 막아낼 수 있도록 준비된 모습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우리 한국사람처럼 주저앉지를 않고 앉을 때에도 한 무릎은 세우고 눈을 정면을 보며 앉는다. 언제 누가 나를 공격하더라도 일어서서 방어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사는 것이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들어오니 과거보다도 더 교통량이 많아져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숙소로 가는 길도 한 쪽을 새로 아스팔트를 까느라 길을 막아 놓아서 거북이 걸음으로 차가 움직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이라 잠시 쉬고 임 선교사님은 다시 울란바토르 공항으로 가셔서 김동욱목사님을 공항에서 모시고 왔다. 벌써 시간이 자정이 되었는데 김 목사님 가지고 오신 장비와 다른 짐을 풀다 보니 시간이 후딱 갔다. 이 곳 숙소는 임 선교사 여동생 임집사의 헌금으로 9년 전에 구매한 곳인데 울란바토르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숙소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평안한 밤을 보내게 된 나그네는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