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관을 쓴 가을은
가던 길 멈추고
호수에 비추인 제 모습에 넋을 잃었다.
낮게 내려 온 하늘도
쪽빛 물감 풀어
맑게 투영되는 현란한 오색잔치
가을 빛 물든 호수
그 깊은 눈동자처럼
하늘 가득
마음에 담고 싶어라.
무심히 던진 돌멩이에
이랑져 퍼지는 어지러운 동그라미
그대들에게는 스쳐지나가는 풍경일지라도
내게는 여린 살가죽에
돌 스쳐닿는 생생한 아픔의 궤적
망각의 수심 끝 모를 바닥 어딘가에 몸 누이기까지
몸떨고 다스려야 하는 그대의 아픈 언어들
눈물 고이 받아
마음은 호수가 되고
호수는 하늘담은 큰 눈망울로
조용히 되물어 온다.
그날 돌과 채찍을 견디신 분
지금 곁에 계시다고…
11.2.2012 유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