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오는 하루의 끝
돌아보면 허술한 일들
실수하고 넘어지면
비난의 날선 검을 꽂고 지나가는 이 세상 버릇
하나님, 이 가을엔 우리의 언어가 순해지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버거울 때
온 세상을 품고 계신 당신은 더 큰 아픔을 견디시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성숙의 잣대로 키워가는 마음둘레
균열하는 고통으로 조금씩 고개숙여 익어가는 계절
이 가을에 온 산을 물들이시는 당신의 사랑이
우리들의 마음에 고운 언어가 되어 찾아오십시요.
계절의 마침표처럼 잎사귀를 떨구며
빈들에 서는 나무들
저마다 깊은 기도로 팔을 펴듯이
주님께 다가가는 저희기도도 깊어지게 하옵소서.
하늘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가지 끝을 세우는 나무처럼
이 가을엔 저희 영혼을 흔드는 당신의 말씀으로 귀가 열리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다가올 혹한을 견디려고 눈덮인 들판에 맨발로 서는 나무들처럼
생명의 봄을 바라보며 죽음같은 겨울을 건너야 할 우리 안에
그대들의 발을 씻길 생수가 뜨겁게 솟아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