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자: 2002년 6월 14일
새벽부터 월드컵경기를 보려고 일어나 41번 유니비젼을 틀어놓고 기다리다 미국-폴란드 경기만 중계하는 것을 알고 급기야 32가에 있는 금강산까지 달려갔다. 벌써 경기를 보러온 교포들로 식당은 차 있었지만 젊은이들과 합석해서 경기를 관람했다. 관람객의 대부분은 2-30대의 젊은이들로 대화를 들어보니 영어를 더 편하게 사용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일단 경기가 벌어지자 모두의 눈은 대형 스크린에 집중되었고 한국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한맘으로 응원하였다. 전반전 진행 중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있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한국이 이기기라도 한 듯 모두 환호하였다. 우리의 자랑스런 박 지성이가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금강산은 온통 떠나가는 듯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던 것은 한국선수들의 시합에 임하는 공격적 자세였다. 미국이 지고 있는 마당이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는데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당당하게 승리를 끌어낸 것이다.
포르투갈의 패인은 어떻게 비겨서 16강에 진출해 보려고 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포르투갈 공격의 핵인 파울레타를 후반에 빼고 수비 위주로 진용을 짠 것도 실책 중의 실책이었다. 비기기작전으로 가다 보니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벌써 해이해지고 흔들린데다 한국이 후반에 선취골을 넣은 후에는 당황할 대로 당황해서 폴란드전에서 보였던 노련하고 날카로운 포르투갈 특유의 공격축구를 보이지도 못하고 16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감내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히딩크 감독은 경기 전부터 비긴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로 작정하고 선수들을 독려한 결과 경기 초부터 한국선수들은 줄기차게 포르투갈을 밀어부쳤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선수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주도하였고 반면 포르투갈은 당황한 나머지 거친 반칙을 범하여서 2명의 주전선수가 퇴장 당하는 불행을 자초하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하든지 적당주의로 타협하는 자는 패자로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극적, 공격적 자세로 최선만 향해 나아가는 자는 승리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월드컵을 보면서 너무나 기쁜 것은 이번 16강 진출이 열등감과 패배주의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나간 한국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너무나 심한 열등감과 패배주의에 물든 삶을 살아왔다. 특히 36년의 일제 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열등감으로 사육되었고 급기야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통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심한 민족으로 전락했다. 정치도 세계 최하였고 경제도 세계 최하였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이 낫다고 비웃던 외국의 눈길을 받았던 시절이 바로 어제 같지 않은가? "엽전이 무얼해" 하며 스스로를 비하시키던 어리석은 행위가 우리에게 얼마나 만연하였던가?
뿐 아니다. 온 국민과 선수들이 한 목표를 향해서 한 마음으로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켜 꿈을 이룬 체험을 한 것이 가장 큰 소득중에 소득이다. 왜정 때 식민사관에 물들어 한국역사는 당쟁의 역사요 한국인은 모이기만 하면 싸움만 하는 민족이라고 자조하고 살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오죽하면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라고 구호로 외치기까지 했던가? 빗방울하나가 보잘것 없어 보여도 이들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 때 천지를 뒤엎는 능력으로 역사한다는 사실을 이제 친히 체험한 민족이 된 것이다.
한국의 16강행은 우연이 아니다. 뛰어난 지도자의 지도 아래 장기적인 비젼을 가지고 연단을 감내한 선수들과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 목표를 향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한 데서 온 필연적 걸작품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민족이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에 뛰어난 민족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온 종일 일손을 놓고 승리의 기쁨을 되씹으면서 비나리는 맨하탄 하늘을 바라본다.
2002.09.10 08:30
민족의 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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